머리 기사
결혼 30주년... 이제부터는 기적의 연속
   
 
주말 아침은 내게 유일하게 느긋할 수 있는 날이다. 주중에 쌓인 피로로 늦잠이라도 자려고 맘을 먹으면 여지없이 잠없는 남편 때문에 모두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오늘 아침도 남편 성화에 못이겨 동네 논둑으로 끌려가듯 산책에 나섰다.

왜 이리 다를까? 나는 깨어 있을 때 열심히 살고 7시간 잠을 원하는데 남편은 서너시간만 자도 충분하다며 나의 꿀잠을 방해하곤 한다.

나는 많이 생각하고 결정하고 한번 결정하면 쉬 바뀌지 않는데, 남편은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는 사람이다. 나는 여행을 좋아하는데 남편은 집돌이다. 세시간 넘는 곳은 엄두도 내지 않아 아이들과 여행을 더 많이 다녔다. 남편은 예민하다 보니 좀 말랐고 나는 동글동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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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은 참 모를 일이다. 나는 어떻게 하다보니 글쓰기와 옷입기 두 분야에 발을 걸치고 있는데 글쓰기 수강생으로 온 분이 SOS를 요청했다. '선생님, 저희 집에도 와주세요. 코디가 너무 어려워요!' 한 번 스타일 강좌를 수강했음에도 스스로 학습하고 실천해야 하는 강좌로는 성에 차지 않았나보다(사실 코치가 '이렇게 하세요!'라고 하는 게 제일 속시원하긴 하다). 날짜를 맞춰 그녀의 집에 방문했다. 4칸 디톡스를 할 것이기 때문에 옷과 신발, 가방을 마루에 모아 놓으라고 미리 말해 놓긴 했지만 문을 열고 집에 들어서자마자 감탄이 나왔다. 이렇게 정갈하게 준비해놓기, '있긔없긔'?
 
옷은 준비되었겠다. 바로 4칸 디톡스를 시작했다. 4칸을 어떻게 분류할지 설명하고 그에 맞는 상의와 하의를 알맞은 칸으로 이동했다.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거나 아직 초등학생일 경우 엄마의 스타일은 다양해지기 어렵다. 엄마의 케어가 필요할수록 생활의 중심이 아이에게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옷도 예외는 없다. 내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옷보다는 몸이 편한 스타일을 찾는데 그게 익숙해지면 취향은 사라지고 기능성과 활동성을 최우선으로 하게 된다. 그런 스타일이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몸을 중심으로 하다 보면 마음이 허해지는 경우가 있기에 마음이 허해지지 않도록 몸과 마음의 중심을 잡는 것에 스타일의 목적이 있다고 생각해주면 되겠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은 생소하기에 고민이 필요하다. 하지만 고민을 하다보면 이 옷이 왜 이 칸에 들어가야 하는지가 보이고 그렇게 되면 4칸 디톡스가 완성이 되는 것이다. 네번째 사진을 봤을 때 어떤 칸의 옷이 가장 많은가? 다행히 마음에 들고 자주 입는 칸의 옷이 가장 많아 보인다. 하지만 마음에 들지만 자주 입지 않는 칸의 옷과 마음에 들지 않고 거의 안 입는 칸의 옷도 꽤 된다. 4번째 칸의 옷은 오래된 옷, 과거의 옷, 취향에 맞지 않는 옷 등으로 현재 가치가 떨어지는 옷이므로 모두 비우기로 했다. 이제 2번째 칸의 옷을 볼 때이다. 마음에 들지만 거의 안 입는 옷은 어떤 옷일까.
 
귀여운 카라의 어깨에 볼륨이 들어간 옷은 과거에 좋아했던 디자인이었다. 귀여운 이미지도 있던 의뢰인에게 예전에는 어울렸겠지만 40대가 된 지금은 취향이 달라졌다.

개인의 이미지는 정적인 느낌과 동적인 느낌으로 나뉘는데 보통 차분하고, 조용하고, 진중한 느낌이라면 정적인으로 나뉘고 발랄하고, 밝고, 활기찬 느낌이라면 동적인으로 나뉜다. 정적인 이미지의 사람은 과한 패턴이나 세 보이는 디자인이 어울리지 않는데 특히 밝고 화사한 색깔이 잘 어울리는 의뢰인이 어둡고 탁한 원피스를 입으면 그 매력이 반감된다.

멋쟁이 언니들도 나만의 멋을 찾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패션에 대한 시각을 넓히기에는 도움이 되나(이런 스타일도 입는구나!) 나에게 어울리는 디자인을 추천하기에 멋쟁이들은 자신이 좋아하고 멋지다고 생각하는 패션을 추천할 때가 많다.

그러므로 왕 땡땡이 코트는 아웃! 어울릴 거라 생각해 비싸게 주고 산 골지 가디건이 너무 멀쩡했지만 잘 입기에는 어려웠다. 기장이 애매한 아이템은 어떻게 해서든 애매한 기장을 가리거나 보완해주어야 하는데 이렇게 아우터 용도로 입는 아이템은 수선하지 않는 이상 최적의 비율을 맞추기 어렵다.  
 
2번째 칸에 있었던 아이템 중 살리고 싶었던 아이템을 보자. 차콜색 셔츠는 상의처럼 입기에는 좀 벙벙했다. 오버핏이 그렇게 잘 어울리는 이미지가 아니었기에 안에는 붙는 탑이나 반팔을 입고 가디건처럼 걸쳐서 입는 용도를 추천했다.

연보라색의 얇고 활용도도 좋은 목이 올라오는 니트가 있었는데 이 색이 안 어울리고 어색하다고 생각해서 입지 않고 있었는데 갖고 있는 옷 중에 BEST였다. 이처럼 어떤 이유로 잘 입지 않지만 의외로 입었을 때 '꽤' 잘 어울리는 아이템이 있다. 이런 아이템은 이런 기회를 통해 '소생'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인 채로 낭비될 수밖에 없다.

갖고 있는 옷을 더 잘 입기 위해서는 혼자 끙끙대지 말고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하면 돈 낭비와 옷 걱정을 덜 수 있다. 흰색 부츠컷 데님이 길이가 애매했는데 굽이 약간 있는 메리제인 슈즈와 매치하니 찰떡이었다. 어떤 신발과 매치하느냐에 따라서 바지의 수명이 결정되기도 하는데 그래서 코디 조합을 정말 많이 해봐야 한다.
 
<옷장 속 문제>
1) 오래 전 퍼스널 컬러 컨설팅을 받았었는데 가을 톤으로 나와 참고하여 옷을 샀지만 정작 베스트 색은 없었다. (잘 어울리는 연보라색 니트가 애매하다고 생각해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음)
2) 멋쟁이 언니의 추천으로 과감한 디자인의 아이템이 있었지만 의뢰인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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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아침은 내게 유일하게 느긋할 수 있는 날이다. 주중에 쌓인 피로로 늦잠이라도 자려고 맘을 먹으면 여지없이 잠없는 남편 때문에 모두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오늘 아침도 남편 성화에 못이겨 동네 논둑으로 끌려가듯 산책에 나섰다.

왜 이리 다를까? 나는 깨어 있을 때 열심히 살고 7시간 잠을 원하는데 남편은 서너시간만 자도 충분하다며 나의 꿀잠을 방해하곤 한다.

나는 많이 생각하고 결정하고 한번 결정하면 쉬 바뀌지 않는데, 남편은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는 사람이다. 나는 여행을 좋아하는데 남편은 집돌이다. 세시간 넘는 곳은 엄두도 내지 않아 아이들과 여행을 더 많이 다녔다. 남편은 예민하다 보니 좀 말랐고 나는 동글동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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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설레는 삶은 젊고 행복한 삶이다.

시골살이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정원을 가꾸고 다듬는 것이다. 멋지고 좋은 나무를 데려와 운치 가득하고 여유로운 집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그 비용이 만만치가 않다. 나뭇값보다 옮기고 심는 비용이 더 들어 데려오지 못하였다.

내 차로 옮길 수 있는 나무를 데려오다 보니 정원의 나무들은 거의 3년생 전후의 나무들로 가득하다. 이 나무가 지금은 앙상하여 볼품이 없지만 내년에 또 내후년의 모습을 그려본다. 노년에는 시간이 빠르게 흘러 아쉽다고 하는데 나는 내년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꽃과 나무에 대해 나는 무지했다. 빨간 꽃은 장미, 노란 꽃은 개나리, 흰 꽃은 백합, 봄에 핀 꽃은 벚꽃, 가을에 핀 꽃은 국화, 산에는 소나무, 마을에는 느티나무 정도였다. 시골살이를 시작하면서 책과 유튜브를 통해 꽃과 나무 공부를 이어가고 있다.

이전엔 전혀 이름도 몰랐던 꽃과 나무의 이름을 하나둘 익혀가고 있다. 매발톱, 벌개미취, 분홍상사화, 초롱꽃, 패랭이, 끈끈이대나물, 서부해당화, 미산딸나무, 병꽃나무, 칠자화 등등은 정원 가꾸기 시작하면서 이름을 알게 된 꽃과 나무들이다. 이제는 작약과 목단을 구별할 뿐만 아니라 구절초, 쑥부쟁이, 벌개미취도 구별할 줄 안다. 길을 가다가도 마음에 드는 꽃과 나무가 있으면 바로 물어보고 찾아본다. 알면 관심이 가고, 관심이 가면 사랑이 싹튼다.
 
정원을 가꾸고 다듬는 일은 처음이라 제대로 일을 처리하지 못해 거듭해야 하는 일이 많았다. 무지로 몸이 고생하고 있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힘든 것이 나무를 옮겨 심는 일이다. 심고 싶은 나무를 심어 놓았지만, 다른 나무와 거리, 햇볕과 배수, 땅의 상태를 알지 못해 나무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죽이기까지 했다. 이제 꽃과 나무를 데려올 때 먼저 그 특성에 대해 알아본다.

겨울을 이겨낼 수 있는지, 햇볕과 물은 어느 정도 필요한지 등등을 확인하고 정원 어디에 심을지를 고민한 후 데려온다. 그리고 다른 나무와의 거리뿐만 아니라 어울림도 생각한다. 굳이 공자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알아가는 기쁨의 맛도 톡톡히 누리고 있다. 배우고 익히고 알아가니 젊어지고 행복해진다.
 
석축에는 회양목과 철쭉 그리고 꽃잔디가 가득하다. 2년여 동안 주말주택으로 지내오다 보니 거의 방치되어 있었다. 먼저 회양목부터 가지치기하였다. 처음에는 아까워 가위질이 조심스러웠다. 이사하면 책을 처음 정리할 때 내 모습과 겹친다. 부끄러움이 다가왔다. 먼지만 쌓여 있는, 지적 허영으로 꽂혀 있는 책은 과감히 버렸다. 가지를 자르다 보니 나무에 문제가 있는 부분이 보였다.

경이로운 아름다움에 감탄하는 행복

햇빛이 잘 닿지 않고 공기가 잘 통하지 않는 부분은 나무가 병들어 있었다. 아랫부분을, 안쪽을 과감히 잘랐다. 나무가 시원해 보이고 생동감을 되찾은 듯하다. 꽃잔디와 철쭉도 엉망이다. 이들은 꽃을 본 뒤 솎아내고 가지치기할 생각이다. 가지치기는 나무에 따라 언제, 어느 부분을 잘라야 하는가를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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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생인 기자로서는 10년 전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는 사건이다. 참사 당일 단원고 희생자들과 마찬가지로 고등학교 2학년생이었던 기자는, 당시 수업 3교시에 배가 침몰했지만 전원 구조됐다는 얘길 듣고는 안심하다가 점심시간 이후 들어오는 선생님들의 표정을 보고는 '뭔가 잘못됐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때 선생님들이 짓던 표정이 아직까지도 생생하다.

그로부터 벌써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서울시청에서 기억문화제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대전에서 서울로 단숨에 올라갔다. 사람들과 함께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기억하며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자고 다짐하고 싶었다. 지난 13일 서울시청 앞 열린 '4.16기억문화제 in 서울' 이야기다(관련 기사: "10년간 우리 멋졌다" 서울시내 메운 '세월호 시민들' 눈물과 미소 https://omn.kr/28axw).
 
노란리본 만들려 인산인해... 30여 개 각양각색 부스 참여해
  
 
오후 3시부터 사전 행사인 시민참여 부스 주변에는 사람들이 북적였다. '노란리본 제작소' 앞에는 노란리본을 만들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방불케 했고 '노란나비 입양소'에서 노란나비를 입양한 어깨에, 머리에, 가방에 붙이고 있었다. 필자 역시 모자에 나비를 하나 데리고 다녔다.
  
 
서른 개가 넘는 부스는 각양각색이었다. 세월호 참사와 같이 구조적인 안전 미비로 인해 참사가 발생한 오송 참사와 10.29 이태원 참사의 시민대책위 부스도 있었다. 특히 오송 참사의 경우 '기억과 다짐의 나무'를 설치해 추모 및 오송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나뭇잎에 적을 수 있도록 했다. 나뭇잎에는 "자연재해가 아닌 사회적 재해다", "잊혀지지 않게 기억하고 행동하겠다" 등의 문구가 써있었다.
 
이외에도 기후위기와 동물권, 젠더 문제를 안전사회와 연결지어 얘기하는 부스들도 다수 있었다. 기후재난이 가시화되고 여성과 성소수자, 비인간동물을 향한 폭력이 계속되는 한 세월호 참사와 같은 참사가 또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문제의식에 공감이 갔다.
 
눈에 띄었던 부스 중 하나는 한베(한국·베트남)평화재단의 부스였다. 부스에는 세월호 희생자 중 한 명인 베트남 출신의 결혼이주여성 판응옥타인(한국이름 한윤지)씨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참사 당일 한씨는 남편과 아이 둘을 데리고 제주로 이사를 가던 중이었다. 일가족 중 자녀 한 명만 구조되었단다.

가장 많이 주목받는 희생자들은 단연 단원고 학생들이지만, 이외에도 비교적 주목받지 못하는 희생자들의 얘기가 더 알려져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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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처음으로 상담자가 되고 싶었다. 친구들이 나를 가리키며 '현정이는 이야기를 잘 듣고 상담해준다'고 했다. 나는 성장기의 상처와 내면탐구 덕에 타인의 얘기를 잘 경청해주는 사람이었다.

상담을 공부하는 사람들의 대다수의 동기는 자신의 상처다. 나 역시 오래된 자신의 상처를 유의미하게 만들고 타인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헨리 나우웬은 자신의 저서에서 이를 '상처 입은 치유자'라고 이름 붙였다. 자신의 상처를 바탕으로 타인의 상처를 도울 수 있는 사람, 매우 멋있는 개념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냥 상담자 이상의, 상처입은 치유자가 되고 싶었다. 이처럼 상담을 처음 공부할 때는 다소 이상적이고 이타적인 동기로 시작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상담 현장에 노출되면 이런 이상적인 마음은 소거되기 십상이다. 높은 이상과는 반대로 현실은 진흙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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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인 첫째 아이가 기업에서 운영하는 기자단에 3년째 환경 기자로 참여하고 있다. 환경과 동물에 관심이 많은 아이라 가끔 이와 관련된 장소에 나가 현장 취재를 하고 싶어한다.

포털 사이트 검색을 통해 찾아낸 곳, 바로 '서울 새활용플라자'다. 마침 지난 주말 사전 투표도 마쳤겠다, 지난 총선일인 10일에는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이 충분했다. 가방에 휴대폰과 간식, 간단한 메모지 등 필기구를 넣고 출발!
 
그런데, 새활용이 뭘까?
 
버려지는 자원에 디자인을 더하거나 활용 방법을 바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업사이클링(Upcycling)의 우리말이다. 업사이클(Upcycle)은 업그레이드(Upgrade)와 리사이클(재활용, Recycle)을 합친 단어다. 물건의 재사용이나 화학적, 물리적 변형을 통한 재활용과는 다른 개념이다. 물건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쓰임새로 '부활'하는 것이다.
 
건물 로비에 들어서면 옅은 갈색의 커다란 하마가 눈에 띈다. 자세히 보면 조형물의 소재가 골판지다. 하마 등에 귀여운 하마새도 달려있다. 작품의 의미는 뭘까? 고민하던 찰나 전시해설사가 등장했다.

전시해설을 듣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우리 가족 포함 10명 남짓이었다.
    
"여러분, 옆에 보이는 하마와 하마새는 악어와 악어새처럼 공생 관계에요. 인간과 자연도 이 동물들처럼 서로 도우며 살길 바라는 의미로 제작된 거지요."


서로의 빈 곳을 채우며 맞대어 살아가는 공생. 인간과 지구도 이들처럼 서로를 도우며 살 수 있을까?
 
"오늘 저와 함께 지구를 지키는 방법을 이야기해 봐요. 우리나라에서만 하루에 약 54만 톤의 쓰레기가 버려진다고 해요. 정말 어마어마한 양이죠. 하지만 지금 여러분이 서 있는 이 건물에는 일회용 물품이 없어요."
 
늘 그랬듯 남편과 나는 물색없이 일회용 커피잔을 하나씩 들고 있었다. 해설을 듣는 내내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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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은 물론이고 개나리, 진달래, 목련 등 봄꽃들이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그 자리에 철쭉과 라일락이 치장하기 바쁘다. 

이렇게 봄의 향연과 기운이 완연한데도 좀처럼 흥이 나지 않는다. 무엇을 해도 손에 잡히지 않고 어딘가 허전하기만 하다.  
     
곰곰 생각하니 이번 국회의원 선거 때문이라는 걸 추측해 본다. 선거에 대한 엉뚱한 기대와 미몽을 헤매다 이제야 제정신이 드는 형국이다. 나도 모르게 선거에 지나치게 몰입하고 이런 모양이 알게 모르게 타인에게 비쳤던 건 아닐가 생각하니 부끄럽다.
     
사실 선거결과에 기뻐할 것도 지나치게 낙담할 것도 아닌데, 마음에 오래 남는 건 나이 들어 생긴 요상한 집착 아닌가 싶다. 나는 평소 입으로 떠드는 사람들을 경원하지만 그들이 선거로 당선된 이상 존중하고 합리적인 이유 없이 미워하지 않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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