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늙으면, 치매 걸리면, 가난하면 비참한 삶을 사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우리는 생각하게 된 듯하다. 그렇게 보고 배워왔다. 그래서 우리는 늘 불안하고 공포스럽다. 생로병사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운명인데, 우리 사회는 비약적 발전을 해왔는데, 삶과 죽음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이 고작 이 정도임을 문득 깨달을 때마다 나 자신과 우리 사회에 대한 실망스러움이 감춰지질 않는다.
 
의사 박중철은 그의 책 <나는 친절한 죽음을 원한다>에서 '초라한 삶의 질, 비참한 죽음의 질'로 우리 사회를 진단했고, 기적을 이루었지만 행복을 잃어버렸다고 말한다. '존엄사', '안락사'라는 말이 일상어가 되더라도, 삶이 초라하다면 죽음이 갑자기 존엄하거나 안락해질 방법은 없을 것이다.
 
아파서 늙어서 치매 걸려서 가난해서, 그들의 소리에 더더욱 귀 기울이는 사회는 불가능한 것일까? 우리의 마음밭은 이미 사막이 되어버려 그런 풍요로움이란 가능하지도 원하지도 않게 된 것일까? 효율을 숭상하는 세상에서 그 기준에 미달되는 자들은 그저 사회의 짐일 뿐인 걸까?
 
이런 절망적인 질문을 품고 있던 차에 네덜란드의 호그벡 마을 이야기를 기사로 접하게 되었다. 우에노 치즈코의 책을 통해 이런 마을이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치매에 걸렸다고 어딘가에 모여 살아야 할 필요 없이 자신이 살던 집에서 살다 죽을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었다. 
 
<디멘시아뉴스>는 치매를 다루는 매체로 세계의 치매마을 기사를 시리즈로 싣고 있다. 네덜란드, 프랑스, 캐나다, 미국 등 세계의 치매마을을 소개하고 있는데, 기사를 읽고 사진을 보다보면 '치매=비참=공포'의 등식이 들어있는 우리의 머리를 세게 한 방 때리는 기분이 들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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