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기사
죽음의 그물 너머 살아 있는 바다새를 만나다
탐조인에게 가장 잔혹한 첫 만남은 평생 고대하던 새를 차가운 사체로 먼저 보는 일이다. 최근 유튜버 '새덕후' 채널을 통해 목격한 동해안 항구의 풍경은 처참했다. 인간의 식탁을 위해 던져진 그물에 혼획되어 허망하게 목숨을 잃은 새들을 만났다.
그물 속에는 필자가 30년 탐조 인생 동안 실물을 본 적 없는 흰수염바다오리와 큰논병아리도 사체로 보여지고 있었다. 만나보지도 못한 생명의 소멸을 지켜봐야 했던 고통은 깊었다.
지난 13일 강원도 동해안에서 두 종을 운이 좋게 조우했다. 죽음의 그물 안이 아닌, 차갑고 푸른 물결 위에서 스스로 숨 쉬고 있는 살아있는 모습으로 말이다(참조 "우린들 새 잡고 싶어 잡겠나" 어민 절망 속 바다새 1만 마리의 죽음).
망원경 속 흰수염바다오리(Cerorhinca monocerata)는 수염때문인지 할아버지 같은 느낌이었다. 흰수염바다오리는 번식기에 부리 위에 코뿔소의 뿔처럼 작은 돌기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영명은 'Rhinoceros Auklet'이다.
뿔은 번식기가 지나면 허물을 벗듯 떨어진다고 하는데 자연의 놀라운 변화일 게다. 특이한 생태를 가진 흰수염바다오리는 국내에는 희귀한 겨울철새로 동해안에만 도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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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 속에는 필자가 30년 탐조 인생 동안 실물을 본 적 없는 흰수염바다오리와 큰논병아리도 사체로 보여지고 있었다. 만나보지도 못한 생명의 소멸을 지켜봐야 했던 고통은 깊었다.
지난 13일 강원도 동해안에서 두 종을 운이 좋게 조우했다. 죽음의 그물 안이 아닌, 차갑고 푸른 물결 위에서 스스로 숨 쉬고 있는 살아있는 모습으로 말이다(참조 "우린들 새 잡고 싶어 잡겠나" 어민 절망 속 바다새 1만 마리의 죽음).
망원경 속 흰수염바다오리(Cerorhinca monocerata)는 수염때문인지 할아버지 같은 느낌이었다. 흰수염바다오리는 번식기에 부리 위에 코뿔소의 뿔처럼 작은 돌기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영명은 'Rhinoceros Auklet'이다.
뿔은 번식기가 지나면 허물을 벗듯 떨어진다고 하는데 자연의 놀라운 변화일 게다. 특이한 생태를 가진 흰수염바다오리는 국내에는 희귀한 겨울철새로 동해안에만 도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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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2.2026 '일복을 타고난 여자'의 명절, 결국 냉장고 문을 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해마다 돌아오는 인사지만, 올해는 이상하게 귀에 꽂힌다. 마치 한동안 잠잠하던 노래가 다시 인기 차트에 올라 입에 맴도는 것처럼. 오늘만 해도 스무 번은 들은 것 같다. 줌바댄스 수업을 마치며 회원들과 헤어질 때 열 번, 카카오톡으로 친구와 지인들에게 또 열 번쯤. 나 역시 복사·붙여넣기 하듯 같은 말을 건넸다. 그러다 문득 멈춰 섰다.
복? 나는 도대체 무슨 복을 받고 살아온 걸까? 사람들은 태어날 때 하나씩 쥐고 나온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블링블링한 금수저를, 어떤 사람은 은은한 은수저를 쥐고 나온다. 또 어떤 사람은 흙수저라 한숨 쉬지만, 어느 날 백수저가 되기도 하는 세상이다.
그렇다면 나는 뭘 쥐고 태어났을까? 나는 응애응애 울며 세상에 나올 때, 탯줄 끝에 복 하나를 매달고 나왔다. 그것은 바로 '일복'이다.
학생은 복이 많게 생겼네
대학 3학년 겨울방학, 계획에도 없던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다들 취업 준비를 위해 어학원이나 자격증 학원을 향할 때, 나는 논현동 기와지붕이 멋드러진 '민물매운탕집'으로 향했다. 동글동글한 얼굴형 덕분인지, 첫 인사부터 '볼에 복이 붙었다'는 말을 들었다.
당시 여학생 알바라면 커피숍이나 레스토랑에서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입는 프릴 달린 하얀 앞치마를 두르는 게 평범하던 시절이었다. 뜬금없는 매운탕집 소녀가 된 나에게 친구들은 시급이 높냐, 집에서 가깝냐고 물었다.
"아니, 손님이 없대."
적당히 냄비를 나르다 매운탕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퇴근할 목표로 들어간 매운탕집.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알바 첫날 점심 단체 회식이 몰렸고,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북적였다. 대박집이 되어버렸다. 매운탕 몸보신은커녕 점심도 못 먹고 냄비만 나르는 알바봇이 됐다. 백발의 올림머리를 한 사장님은 연일 입이 귀에 걸린 채 말씀하셨다.
"학생, 오랫동안 다녔으면 좋겠어. 내가 이력서에 쓰인 생년월일로 어디 좀 물어봤는데, 학생이 일복을 타고 났대."
사회에 나와 방송작가 생활을 시작했다. 일이 많기로는 우주 최강이라는 방송국에서, 과연 나의 일복은 잠잠했을까. 나는 매일 생방송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맡고 있었다. 월화수목금 각 요일마다 피디와 작가가 한 팀씩 있었고, 나는 수요일 담당이었다. 그런데 이건 또 우주의 장난인가.
이상하게 특집 방송이 나에게 걸린다. 설날 특집도 수요일, 어버이날 특집도 수요일, 추석은 다른 요일이라 살았다 싶으면, 담당 작가에게 무슨 일이 생겨 결국 내가 맡았다. 동료들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다.
"방송국에 뼈를 묻으세요."
내가 좋아하던 KBS 신관 앞 잔디밭 벤치는 어느새 내 묫자리라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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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2.2026 강북 모텔 '약물 음료' 사건, 약은 언제 위험해지나
"수면제, 위험한 약 아닌가요?"
서울 강북구 모텔에서 발생한 '약물 음료' 사건은 현재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경찰에 따르면 20대 남성들이 음료를 마신 뒤 의식을 잃었고, 이 가운데 2명이 사망했습니다. 피해자 체내에서는 향정신성의약품 성분이 검출됐습니다. 최근 방송 보도에서는 피의자가 "술을 마신 상태에서 약물을 먹으면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으며, 일부 피해자에게는 약물 용량을 두 배로 늘렸다는 내용도 전해졌습니다.
벤조디아제핀, 어떤 약인가?
보도에서 언급된 '벤조디아제핀'은 특정 제품명이 아니라 약물 계열을 뜻합니다. 불안과 불면 치료에 흔히 쓰이는 약물군이며, 알프라졸람·로라제팜·디아제팜 같은 성분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이 계열 약물은 뇌의 신경 활동을 전반적으로 "가라앉히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그래서 불안이 과도하게 올라가 있거나, 긴장이 풀리지 않아 잠들기 어려운 경우에 처방됩니다.
일반인들이 여기서 가장 혼란을 느끼는 지점은 "그럼 수면제=위험한 약이냐"는 질문입니다. 그런데 의학적으로는 약 이름 하나로 위험을 판단하지 않습니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어떤 용량을, 얼마나, 무엇과 함께 사용했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같은 약이라도 치료 목적의 낮은 용량과 비의료적 고용량 사용은 전혀 다른 상황이 됩니다.
국내에서도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은 실제 진료 현장에서 광범위하게 쓰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HIRA) 청구 자료를 이용한 국내 분석 연구에서는 2013년부터 2018년 사이 벤조디아제핀계 약물과 아편유사제의 외래 병용 처방 양상을 확인했으며, 특정 연령대에서 장기간 복용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고 보고했습니다.
이는 '벤조디아제핀'이라는 이름이 낯설더라도, 현실에서는 상당히 넓은 범위에서 처방되는 약물군이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다만 이 연구는 '병용 처방 양상'에 초점을 둔 분석이므로, 단순히 "벤조디아제핀 처방이 늘었다"는 식으로 일반화하기보다는 '어떤 방식으로 쓰이는가'라는 맥락에서 읽는 것이 적절합니다.
왜 '박스드 워닝'이 붙었나?
벤조디아제핀은 오래전부터 사용돼 온 약물이지만, 2020년 미국 식품의약국(이하 FDA)은 이 계열 전체에 대해 '박스드 워닝(Boxed Warning)'을 강화했습니다. 박스드 워닝은 의약품 설명서에서 가장 강한 단계의 경고입니다. 검은 상자 형태로 따로 표시되며, 생명에 중대한 위험이 확인됐거나 사용 시 특별히 주의가 필요할 때 부여됩니다.
FDA가 강조한 핵심은 "이 약을 쓰지 말라"가 아닙니다. 오남용·중독·신체적 의존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특히 갑자기 끊을 때 금단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¹. 또 하나는 병용 문제입니다. 오피오이드나 알코올 같은 다른 중추신경 억제제와 함께 사용될 경우 호흡 억제 같은 심각한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해석은 단순합니다. "벤조디아제핀이 위험한 약이라서"가 아니라, 특정 조건(병용·고용량·비의료적 사용)에서 위험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경고가 강화됐다는 점입니다.
'술'이 왜 계속 등장하나?
이번 사건 보도에서 '술을 마신 상태'가 반복해 언급되는 이유는 의학적으로도 설명이 됩니다. 벤조디아제핀도, 알코올도 모두 중추신경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즉, 둘 다 뇌의 각성 수준을 낮추는 쪽입니다.
둘을 함께 쓰면 졸림이 더 심해질 수 있고, 판단력과 반응이 더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호흡 조절입니다. 뇌가 너무 가라앉으면 호흡이 느려지거나 얕아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런 이유로 규제기관은 병용을 강조해 경고합니다. 다만 "술+벤조디아제핀=무조건 위험"이라고 단정하기보다, 개인 상태(기저질환, 다른 약 동시복용, 용량 등)를 함께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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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구 모텔에서 발생한 '약물 음료' 사건은 현재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경찰에 따르면 20대 남성들이 음료를 마신 뒤 의식을 잃었고, 이 가운데 2명이 사망했습니다. 피해자 체내에서는 향정신성의약품 성분이 검출됐습니다. 최근 방송 보도에서는 피의자가 "술을 마신 상태에서 약물을 먹으면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으며, 일부 피해자에게는 약물 용량을 두 배로 늘렸다는 내용도 전해졌습니다.

벤조디아제핀, 어떤 약인가?
보도에서 언급된 '벤조디아제핀'은 특정 제품명이 아니라 약물 계열을 뜻합니다. 불안과 불면 치료에 흔히 쓰이는 약물군이며, 알프라졸람·로라제팜·디아제팜 같은 성분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이 계열 약물은 뇌의 신경 활동을 전반적으로 "가라앉히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그래서 불안이 과도하게 올라가 있거나, 긴장이 풀리지 않아 잠들기 어려운 경우에 처방됩니다.
일반인들이 여기서 가장 혼란을 느끼는 지점은 "그럼 수면제=위험한 약이냐"는 질문입니다. 그런데 의학적으로는 약 이름 하나로 위험을 판단하지 않습니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어떤 용량을, 얼마나, 무엇과 함께 사용했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같은 약이라도 치료 목적의 낮은 용량과 비의료적 고용량 사용은 전혀 다른 상황이 됩니다.
국내에서도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은 실제 진료 현장에서 광범위하게 쓰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HIRA) 청구 자료를 이용한 국내 분석 연구에서는 2013년부터 2018년 사이 벤조디아제핀계 약물과 아편유사제의 외래 병용 처방 양상을 확인했으며, 특정 연령대에서 장기간 복용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고 보고했습니다.
이는 '벤조디아제핀'이라는 이름이 낯설더라도, 현실에서는 상당히 넓은 범위에서 처방되는 약물군이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다만 이 연구는 '병용 처방 양상'에 초점을 둔 분석이므로, 단순히 "벤조디아제핀 처방이 늘었다"는 식으로 일반화하기보다는 '어떤 방식으로 쓰이는가'라는 맥락에서 읽는 것이 적절합니다.
왜 '박스드 워닝'이 붙었나?
벤조디아제핀은 오래전부터 사용돼 온 약물이지만, 2020년 미국 식품의약국(이하 FDA)은 이 계열 전체에 대해 '박스드 워닝(Boxed Warning)'을 강화했습니다. 박스드 워닝은 의약품 설명서에서 가장 강한 단계의 경고입니다. 검은 상자 형태로 따로 표시되며, 생명에 중대한 위험이 확인됐거나 사용 시 특별히 주의가 필요할 때 부여됩니다.
FDA가 강조한 핵심은 "이 약을 쓰지 말라"가 아닙니다. 오남용·중독·신체적 의존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특히 갑자기 끊을 때 금단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¹. 또 하나는 병용 문제입니다. 오피오이드나 알코올 같은 다른 중추신경 억제제와 함께 사용될 경우 호흡 억제 같은 심각한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해석은 단순합니다. "벤조디아제핀이 위험한 약이라서"가 아니라, 특정 조건(병용·고용량·비의료적 사용)에서 위험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경고가 강화됐다는 점입니다.
'술'이 왜 계속 등장하나?
이번 사건 보도에서 '술을 마신 상태'가 반복해 언급되는 이유는 의학적으로도 설명이 됩니다. 벤조디아제핀도, 알코올도 모두 중추신경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즉, 둘 다 뇌의 각성 수준을 낮추는 쪽입니다.
둘을 함께 쓰면 졸림이 더 심해질 수 있고, 판단력과 반응이 더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호흡 조절입니다. 뇌가 너무 가라앉으면 호흡이 느려지거나 얕아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런 이유로 규제기관은 병용을 강조해 경고합니다. 다만 "술+벤조디아제핀=무조건 위험"이라고 단정하기보다, 개인 상태(기저질환, 다른 약 동시복용, 용량 등)를 함께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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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2.2026 환갑 맞은 독신 친구를 위해 숙소에서 벌인 일
세 번째 스무살
오늘은 당신이 갑
인생은 육십부터
환갑을 맞이한 이들을 위한 기분좋은 문구다. 해마다 한 살씩 느는 건 똑같지만 자기가 태어난 해의 육십간지인 환갑은 감회가 남다르다. 어느 때는 내가 벌써 환갑 나이가 되었다는 게 믿기지 않고 어느 때는 이 나이까지 크게 아프지 않고 살아있음에 감사하다.
학교 동창이긴 하나 빠른이냐 제 나이냐를 놓고 친구들의 환갑잔치도 작년, 올해, 내년으로 나뉜다. 올해는 말띠 친구들의 생일, 그 중에서 한 친구의 환갑을 특별하게 준비하기로 했다. 왜냐? 그녀가 독신이기때문이다. 직장에 다니고 주변에 모임도 많지만 자녀와 배우자가 축하해주는 상황을 만들 수 없으니 친한 친구들이 제대로 해주고 싶었다.
생일도 생일이지만 그동안의 경조사, 예를 들면 결혼부터 자녀 돌잔치, 시부모님과 또 자녀의 경사까지 독신들은 받기보다 주는 입장이었다. 다른 독신남도 지인들의 청첩장이 매번 반가울 수만은 없다며 "나는 계속 내기만 해, 언제 받을지도 모르고..."라고 토로하기도 했는데 친구의 속내도 그렇지 않을까.
그래서 친구 환갑 잔치를 빌미로 도심에서 1박 2일을 제안했다. 생일 턱을 내겠다며 밥부터 먹자는 친구는 우리의 음흉한 작전을 전혀 몰랐단다. 주인공을 제외한 친구들은 모임 시간보다 2시간을 앞당겨 만나 숙소를 장식했다. 풍선과 장식은 나이든 우리의 호흡으로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었다.

해피버스데이란 영어 알파벳 13개를 불면서 머리가 띵해졌다. 그 외 작은 스트로우로만 가능한 여러 개의 풍선을 불면서 그동안 자녀들이 나를 위해 이렇게 힘든 작업을 했구나 싶어 새삼 고맙기까지 했다.
두 시간이면 충분할 것 같던 작업은 마지막에는 허둥지동, 벽에 붙혔던 글자가 떨어지고 다시 붙이고 한쪽에서는 하이라이트 선물인 돈봉투를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맛있는 밥을 얻어 먹고 숙소로 들어가는 길, 가볍게 맥주나 할까라는 주인공 친구의 말을 대충 듣는 척 하면서 드디어 짜잔.
주인공은 생각도 못했다면서 기뻐했다. 돈봉투를 열 때 본인도 기뻤겠지만 십시일반 모았던 친구들의 마음이 더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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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2.2026 할머니 한복 입고 찾아간 인사동 게임 전시회
연휴가 길어지자 집에만 있기엔 지루했는지 아이가 쿠키런 전시회 이야기를 꺼냈다. 찾아보니 인사동에서 열리는 전시였다. 흥미로워 보였지만 입장료가 생각보다 부담스러웠다. 그러던 설연휴 기념이벤트로 한복 착용 시 50% 할인 이벤트를 발견했다. 설날 의미도 있고 할인도 받을 수 있어 한복을 입고 방문하기로 마음 먹고 표를 구매했다. 곧 바로 집에 있는 한복을 꺼내 보았다.
아뿔싸! 아이 한복은 이미 작아졌고, 내 한복은 아이에게 너무 컸다. 고민 끝에 아이보다 키가 조금 큰 할머니를 떠올렸고, 한복을 빌려 입기로 했다.
"요즘 한복 말고, 옛날 한복 꺼내보자." 하시며 장롱 속 저 구석 오래된 옛날 한복을 꺼내주셨다. 꽃분홍색 저고리와 치마. 어릴 적 스쳐 지나가듯 봤던 기억 속 한복이었다. 그 한복을 이제 손녀가 입게 되다니.
저고리는 신기하게도 잘 맞았고, 치마는 길었지만 할머니 솜씨 좋은 손끝에서 금세 한 단이 줄어들었다. 덕분에 움직이기 편하게 입을 수 있었다. 인견인데 지금 옷보다 훨씬 좋은 것이라며 설명해 주시는 할머니의 표정엔 묘한 자부심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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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뿔싸! 아이 한복은 이미 작아졌고, 내 한복은 아이에게 너무 컸다. 고민 끝에 아이보다 키가 조금 큰 할머니를 떠올렸고, 한복을 빌려 입기로 했다.

"요즘 한복 말고, 옛날 한복 꺼내보자." 하시며 장롱 속 저 구석 오래된 옛날 한복을 꺼내주셨다. 꽃분홍색 저고리와 치마. 어릴 적 스쳐 지나가듯 봤던 기억 속 한복이었다. 그 한복을 이제 손녀가 입게 되다니.
저고리는 신기하게도 잘 맞았고, 치마는 길었지만 할머니 솜씨 좋은 손끝에서 금세 한 단이 줄어들었다. 덕분에 움직이기 편하게 입을 수 있었다. 인견인데 지금 옷보다 훨씬 좋은 것이라며 설명해 주시는 할머니의 표정엔 묘한 자부심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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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2.2026 고장난 지 60일 만에 용량을 반쯤 줄인 새 냉장고를 샀다
"니(네)가 살 지구를 위해서 내가 얼마나 (많이) 골랐는 줄 알아!"
지난 7일 새 냉장고를 집에 들인 뒤 한집 사는 짝이 아들에게 말했다. 가로 63센티미터, 세로 60센티미터, 높이 185센티미터인 용량 306리터짜리 새 냉장고. 17년 동안 움직이다가 51일 전 멈췄던 722리터짜리 옛것보다 416리터가 적다.
[관련기사 : 17년 만에 집 냉장고가 멈췄다]
당장 눈에 들기로도 옛 냉장고를 절반쯤으로 탁 접은 성싶었다. 짝이 오랫동안 마음을 쓴 끝에 냉장고 용량을 절반 넘게 줄인 것. 6년 전부터 사는 집 크기를 줄이려 애써 온 짝은 722리터로부터 306리터 어름에 닿기까지 숙고했다. "며칠에 걸쳐서 넣을 거"라며 냉장고에 꼭 넣어 둘 음식물과 알맞을 만큼을 곰곰 짚었고.
짝은 집에 새 냉장고를 들인 뒤로도 생각이 깊더니 2월 16일에야 넣어 둘 걸 매조지고 냉장고 문을 닫았다. 냉장고 있는 삶으로 되돌아간 것. 지난해 12월 18일 냉장고가 고장 났고 "새 냉장고와 미니멀리즘 사이에 우리가 섰다"고 읊조린 뒤로 60일 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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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새 냉장고를 집에 들인 뒤 한집 사는 짝이 아들에게 말했다. 가로 63센티미터, 세로 60센티미터, 높이 185센티미터인 용량 306리터짜리 새 냉장고. 17년 동안 움직이다가 51일 전 멈췄던 722리터짜리 옛것보다 416리터가 적다.
[관련기사 : 17년 만에 집 냉장고가 멈췄다]
당장 눈에 들기로도 옛 냉장고를 절반쯤으로 탁 접은 성싶었다. 짝이 오랫동안 마음을 쓴 끝에 냉장고 용량을 절반 넘게 줄인 것. 6년 전부터 사는 집 크기를 줄이려 애써 온 짝은 722리터로부터 306리터 어름에 닿기까지 숙고했다. "며칠에 걸쳐서 넣을 거"라며 냉장고에 꼭 넣어 둘 음식물과 알맞을 만큼을 곰곰 짚었고.
짝은 집에 새 냉장고를 들인 뒤로도 생각이 깊더니 2월 16일에야 넣어 둘 걸 매조지고 냉장고 문을 닫았다. 냉장고 있는 삶으로 되돌아간 것. 지난해 12월 18일 냉장고가 고장 났고 "새 냉장고와 미니멀리즘 사이에 우리가 섰다"고 읊조린 뒤로 60일 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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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2.2026 딸 결혼하고 첫 설... 사위 위해 준비한 장모의 한판
설이 다가오면 마음이 먼저 바빠진다. 추석 차례는 지내지 않지만 설 명절은 꼭 챙긴다. 친정에서는 올해도 여든을 훌쩍 넘긴 엄마가 차례 준비를 하신다. 남동생과 올케가 곁에서 돕고, 맏딸인 나는 자연스럽게 친정으로 향한다. 설 명절 전날, 부엌에서 음식을 함께 준비하는 일은 오래된 약속처럼 이어져 왔다.
배추전과 동태전, 파전과 동그랑땡까지. 설 명절 전날 주방은 늘 기름 냄새로 가득하다. 재료를 다듬고 반죽을 만들고, 프라이팬 앞에 서 있다 보면 하루가 훌쩍 지나간다. 엄마는 "이제는 이런 거 안 해도 되는데"라고 말하면서도 손을 놓지 않는다. 아픈 무릎을 의자에 잠시 기대고는 다시 일어난다. 명절의 무게는 여전히 엄마 어깨 위에 있고, 그 곁을 지키는 일은 자식들의 몫이다. 우리 집 설은 이렇게, 말보다 손이 먼저 움직이는 부엌에서 시작된다.
반면 시댁은 시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셔서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 명절의 중심은 자연스럽게 친정으로 기운다. 여기에 올해는 작년에 결혼한 둘째 딸 부부와 오는 3월에 결혼하는 큰딸 부부까지 함께 하는 설이라 부담도 더해졌다. 괜히 말 한 마디, 표정 하나에도 신경이 쓰인다. 요즘 남편과 설 연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명절을 '잘 보내는 방법'에 대해 자주 고민하게 된다.
나이가 중요하지 않은 놀이
그런데 이런 고민을 할 때마다, 이상하게도 늘 같은 장면이 떠오른다. 친정집 설의 오래된 풍경이다. 내가 결혼하고 지금까지, 설날이면 우리 집에서는 윷놀이가 빠지지 않았다. 차례상을 물리고 세배가 끝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윷과 말판이 나온다. 사남매가 자연스럽게 편을 나누고, 아이들이 생긴 뒤에는 그 아이들까지 함께했다. 아이들은 각자 방으로 흩어지지 않았다. 어른들 틈에 끼어 앉아 윷을 던지고 말의 위치를 놓았다.
여든이 넘은 부모님도 늘 함께했다. 엄마는 윷을 던지기 전마다 기를 모으듯 손을 모으고, 아버지는 말이 잡히면 어린아이처럼 아쉬워했다. '모'가 나오면 환호성이 터지고, 연달아 '윷'이 나오면 판이 단번에 뒤집혔다. 놀이를 하는 동안 만큼은 나이도 역할도 중요하지 않았다. 모두가 같은 편이었고, 같은 판 위에 있었다. 윷이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모두의 시선이 모인다.
"모!"
"오늘 운 좋네."
말판 위의 말이 앞으로 나가자 웃음이 터진다. 곧이어 남편이 말한다
"'빽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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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전과 동태전, 파전과 동그랑땡까지. 설 명절 전날 주방은 늘 기름 냄새로 가득하다. 재료를 다듬고 반죽을 만들고, 프라이팬 앞에 서 있다 보면 하루가 훌쩍 지나간다. 엄마는 "이제는 이런 거 안 해도 되는데"라고 말하면서도 손을 놓지 않는다. 아픈 무릎을 의자에 잠시 기대고는 다시 일어난다. 명절의 무게는 여전히 엄마 어깨 위에 있고, 그 곁을 지키는 일은 자식들의 몫이다. 우리 집 설은 이렇게, 말보다 손이 먼저 움직이는 부엌에서 시작된다.
반면 시댁은 시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셔서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 명절의 중심은 자연스럽게 친정으로 기운다. 여기에 올해는 작년에 결혼한 둘째 딸 부부와 오는 3월에 결혼하는 큰딸 부부까지 함께 하는 설이라 부담도 더해졌다. 괜히 말 한 마디, 표정 하나에도 신경이 쓰인다. 요즘 남편과 설 연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명절을 '잘 보내는 방법'에 대해 자주 고민하게 된다.
나이가 중요하지 않은 놀이
그런데 이런 고민을 할 때마다, 이상하게도 늘 같은 장면이 떠오른다. 친정집 설의 오래된 풍경이다. 내가 결혼하고 지금까지, 설날이면 우리 집에서는 윷놀이가 빠지지 않았다. 차례상을 물리고 세배가 끝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윷과 말판이 나온다. 사남매가 자연스럽게 편을 나누고, 아이들이 생긴 뒤에는 그 아이들까지 함께했다. 아이들은 각자 방으로 흩어지지 않았다. 어른들 틈에 끼어 앉아 윷을 던지고 말의 위치를 놓았다.
여든이 넘은 부모님도 늘 함께했다. 엄마는 윷을 던지기 전마다 기를 모으듯 손을 모으고, 아버지는 말이 잡히면 어린아이처럼 아쉬워했다. '모'가 나오면 환호성이 터지고, 연달아 '윷'이 나오면 판이 단번에 뒤집혔다. 놀이를 하는 동안 만큼은 나이도 역할도 중요하지 않았다. 모두가 같은 편이었고, 같은 판 위에 있었다. 윷이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모두의 시선이 모인다.

"모!"
"오늘 운 좋네."
말판 위의 말이 앞으로 나가자 웃음이 터진다. 곧이어 남편이 말한다
"'빽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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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2.2026 코스피 5000시대, 어떤 주식을 살지 고민인 분들에게
돈은 많을수록 좋은 것이라는 인식이 이 세계를 집어삼키는 것처럼 보이는 순간들이 있다. 온라인에서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면, 돈이 부족한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보라'는 말을 마주하고는 피식 웃음이 터져 나오다 이내 뒷맛이 씁쓸해졌다.
최근 주식시장 관련 뉴스가 연일 뜨겁다. 코스피 5000 돌파가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JP 모건 등 국내외 증권사들이 코스피 7500을 전망하는 2026년 한국 사회 아니던가. 주식을 산다는 행위는 기업 일부를 소유하는 걸 의미한다. 따라서 주주가 된다는 것은 배당받을 권리,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권리, 그리고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을 권리를 갖는다. 그러나 2026년 한국 사회에서 주식은 '시세 차익'의 수단으로 인식되고, 주주의 권한보다는 한탕 잘 해내기 위한 베팅으로 소비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주주로의 권리는 관심 밖에 놓여 있는 모양새다.
길지만 짧은 설 연휴가 시작됐다. 설 연휴에 그냥 늘어져서 쉬겠다는 계획을 세우거나 이것저것 밀렸던 것들을 해보겠다는 야심 찬 마음을 먹을지도 모른다. 그 계획을 다 실현하기도 전에 연휴는 쉬이 끝나버리겠지만, 모처럼의 연휴, 바빠서 미뤄두었던 질문들을 한 번 들춰보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 돈 없이 살 수 없는 세계에서 그래도 조금 덜 더러운 돈으로 살아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함께 고민하고 싶다.
어떤 주식을 살 것인가
고민의 첫머리에 2025년 10월에 본 인상적인 장면이 떠올랐다. 당시 서울 성수동에 300미터가 넘는 줄이 섰다. 신상 카페도, 한정판 스니커즈도 아니었다. 미국의 인공지능 기반 방산 소프트웨어 기업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가 창사 이래 세계 최초로 연 팝업스토어였다. 사람들은 연차를 내고 이 팝업스토어를 찾아왔다. 가장 먼저 도착한 사람은 개장 8시간 전인 오전 4시에 줄을 섰다고 했다. 이곳에 CEO 알렉스 카프가 모습을 드러내자 팬 미팅을 방불케 하는 환호가 터졌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2025년 9월 기준) 국내 투자자가 보유한 팔란티어 주식은 약 8조 원에 이른다. 테슬라, 엔비디아 다음이다. 이 기업은 이미 종목이 아니라 팬덤이라고 보아야 하는 경지에 다다랐다. 그런데 팔란티어가 정확히 무엇을 하는 기업인지 알기에 팬덤 급의 인기에 복잡한 마음이 든다.
팔란티어 테크톨로지스는 빅데이터를 통합·분석해 기업과 정부 기관의 의사 결정을 지원하는 미국의 AI 및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이다. 팔란티어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는 미 국방부와 CIA, FBI의 핵심 데이터 분석 인프라이며,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이민자 추적·검거 시스템을 구축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언론을 통해 팔란티어의 시스템이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작전에서 표적 선정과 감시 체계에 활용된다는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이 기업의 주식은 '유망 종목'으로만 소개되며 소비된다.
앞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지정학적 긴장을 배경으로 방산주 열풍이 분 시기도 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국 방산주는 급등세를 보였고, 2023년에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중국의 대만해협 무력시위 등으로 개인투자자들이 방산주를 적극 매수했다. 그뿐인가.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24년 2월 기준 대량살상무기 분야 기업에 약 5937억 원을 투자했다.
이렇듯 촘촘히 얽힌 구조 속에서 완벽히 깨끗한 자본의 투자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만, 그 기대를 포기하지 않는 것은 의미가 있다. 각자 자신의 투자 기준을 정립하고 그에 따라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개개인이 늘어날 수 있다면, 시장의 주주권한을 통한 견제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것이 얽혀 있는 세계에서 한 사람이 가진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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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식시장 관련 뉴스가 연일 뜨겁다. 코스피 5000 돌파가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JP 모건 등 국내외 증권사들이 코스피 7500을 전망하는 2026년 한국 사회 아니던가. 주식을 산다는 행위는 기업 일부를 소유하는 걸 의미한다. 따라서 주주가 된다는 것은 배당받을 권리,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권리, 그리고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을 권리를 갖는다. 그러나 2026년 한국 사회에서 주식은 '시세 차익'의 수단으로 인식되고, 주주의 권한보다는 한탕 잘 해내기 위한 베팅으로 소비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주주로의 권리는 관심 밖에 놓여 있는 모양새다.
길지만 짧은 설 연휴가 시작됐다. 설 연휴에 그냥 늘어져서 쉬겠다는 계획을 세우거나 이것저것 밀렸던 것들을 해보겠다는 야심 찬 마음을 먹을지도 모른다. 그 계획을 다 실현하기도 전에 연휴는 쉬이 끝나버리겠지만, 모처럼의 연휴, 바빠서 미뤄두었던 질문들을 한 번 들춰보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 돈 없이 살 수 없는 세계에서 그래도 조금 덜 더러운 돈으로 살아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함께 고민하고 싶다.
어떤 주식을 살 것인가

고민의 첫머리에 2025년 10월에 본 인상적인 장면이 떠올랐다. 당시 서울 성수동에 300미터가 넘는 줄이 섰다. 신상 카페도, 한정판 스니커즈도 아니었다. 미국의 인공지능 기반 방산 소프트웨어 기업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가 창사 이래 세계 최초로 연 팝업스토어였다. 사람들은 연차를 내고 이 팝업스토어를 찾아왔다. 가장 먼저 도착한 사람은 개장 8시간 전인 오전 4시에 줄을 섰다고 했다. 이곳에 CEO 알렉스 카프가 모습을 드러내자 팬 미팅을 방불케 하는 환호가 터졌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2025년 9월 기준) 국내 투자자가 보유한 팔란티어 주식은 약 8조 원에 이른다. 테슬라, 엔비디아 다음이다. 이 기업은 이미 종목이 아니라 팬덤이라고 보아야 하는 경지에 다다랐다. 그런데 팔란티어가 정확히 무엇을 하는 기업인지 알기에 팬덤 급의 인기에 복잡한 마음이 든다.
팔란티어 테크톨로지스는 빅데이터를 통합·분석해 기업과 정부 기관의 의사 결정을 지원하는 미국의 AI 및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이다. 팔란티어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는 미 국방부와 CIA, FBI의 핵심 데이터 분석 인프라이며,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이민자 추적·검거 시스템을 구축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언론을 통해 팔란티어의 시스템이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작전에서 표적 선정과 감시 체계에 활용된다는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이 기업의 주식은 '유망 종목'으로만 소개되며 소비된다.
앞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지정학적 긴장을 배경으로 방산주 열풍이 분 시기도 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국 방산주는 급등세를 보였고, 2023년에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중국의 대만해협 무력시위 등으로 개인투자자들이 방산주를 적극 매수했다. 그뿐인가.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24년 2월 기준 대량살상무기 분야 기업에 약 5937억 원을 투자했다.
이렇듯 촘촘히 얽힌 구조 속에서 완벽히 깨끗한 자본의 투자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만, 그 기대를 포기하지 않는 것은 의미가 있다. 각자 자신의 투자 기준을 정립하고 그에 따라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개개인이 늘어날 수 있다면, 시장의 주주권한을 통한 견제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것이 얽혀 있는 세계에서 한 사람이 가진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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