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기사
수집을 통해 공부하는 일제강점기 일반인들의 삶
2023년 겨울 무렵, 한창 독립운동가를 그리고 그들의 삶을 공부하던 때였다. 일제강점기를 살았던 사람들의 일상을 알고 싶어 자료를 찾던 중 우연히 코베이라는 골동품 경매 사이트를 발견했다. 그곳에서 일본인이 한국으로 보냈던 실제 엽서 한 장을 손에 넣었다. 색이 바래 있었지만, 엽서에는 그 시대의 삶과 흔적이 남아 있었다. 활자로 찍힌 문장이 아닌, 누군가의 손으로 써 내려간 흔적은 생생했다. 이 엽서는 그냥 자료가 아니라, 어떤 사람의 '인생' 증거였다.


그 엽서를 계기로 동전 수집에도 관심이 생겼다. 오래된 주화라고 해서 모두 귀한 것은 아니었다. 여러 주화를 보다 보면 '정상적인 형태'가 눈에 익는다. 그때부터 가짜나 훼손된 물건이 구분되기 시작한다. 출처를 확인하는 일도 중요하다. 경매 이력, 판매자의 신뢰도, 거래 기록은 가격보다 더 신뢰할 만한 기준이 된다.

좋은 주화의 가치는 오래된 것이 아니라 상태에 따라 결정된다. 표면의 마모, 글자의 선명도, 부식이나 찍힘의 정도가 판단 기준이다. 또 세척을 한 주화인지 아닌지도 기준이 된다. 같은 연도의 주화라도 보존 상태에 따라 가격은 몇 배 차이가 난다.

여기에 희귀성이 더해지면 가치가 급등한다. 발행량이 적거나 특정 시기에 한정된 주화는 그 자체로 역사적 증거가 된다. 그러나 시장의 가치와 개인의 가치는 분리되어야 한다. 시장은 낙찰가를 기준으로 움직이지만, 의미는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다. 이 두 기준이 뒤섞이면 수집의 목적이 흔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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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를 당했을 때, 감당하기 어려운 빚으로 개인회생이나 파산을 고민해야 할 때, 혹은 치매로 후견인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까지. 출생에서 상속에 이르기까지, 삶의 중요한 고비마다 법적 조언과 지원의 필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희망제작소는 고령화, 주거 불안, 빈곤 등 한국 사회의 주요 과제를 법무사들이 현장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짚어봅니다. 삶이 흔들리는 국면에서 어떤 선택이 가능한지, 일선에서 활동하는 법무사들의 이야기를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봅니다. 아울러 지역밀착형 법률 서비스의 필요성과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좌담회도 함께 전합니다.

전세사기 피해는 여전... 현장에서 뛰는 공익법무사

2023년,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사기 피해자들이 잇따라 숨졌다. '빌라왕', '건축왕'이라 불리던 임대인들은 무자본 갭투자로 주택을 무더기로 사들였고, 전세가가 매매가를 역전하면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속출했다. 정부는 2023년 피해자 지원을 위한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약칭: 전세사기피해자법)'을 제정했지만, 피해자 구제에는 한계가 명확하며 전세사기 방지책도 부족하다. 사기 피해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특별법' 시행 이후 국토교통부가 공식 인정한 피해자는 2026년 3월 기준 3만 6950명에 달한다. 지원 신청(5만 9392건) 중 62.2%만 가결된 수치다. 다섯 명 중 두 명은 피해 신청을 했지만 지원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인정받은 피해자의 76%는 40세 미만 청년층이었다. 보증금 3억 원 이하 계약이 대부분이었으며, 다세대주택(29.3%), 오피스텔(20.8%), 다가구주택(18.1%) 순으로 많았다. 법률 절차를 몰라 피해자가 최소한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도 속출했다.

2023년부터 전세사기 피해자를 지원해 온 박경혜 법무사를 만나 현장 상황과 대응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인천에 자리 잡은 박 법무사는 대한법무사협회가 구성한 413명 규모의 전세피해지원 공익법무사단에 속해 활동하며, 인천시 전세사기피해지원센터 등에서 법률 지원을 이어왔다. 2024년에는 그 공로로 인천시의회 표창을 받았다.


전세사기, 이미 시작된 신호는 있었다

- 전세사기 상담에 관심을 가지시게 된 계기가 있나요?

"2021년에 이미 뭔가 오겠구나 싶었어요. 그즈음 저희 사무소 근처 대단지 아파트를 법인들이 사 모으기 시작했거든요. 사실상 전세가와 매매가가 똑같아서 돈 한 푼 안 들이고 취득하는 구조였어요. 빌라도 많은 동네인데, 매매가 안 되는 빌라 소유자들이 기획부동산에서 이런저런 제안을 받았다며 상담하러 오시기도 했어요. 임차인도 모르는 사이에 임대인이 개인에서 법인으로 바뀌는 경우도 있었고요. 임대인이 법인이 되면 보증금을 돌려받기 더 힘들어질 수 있거든요. 페이퍼컴퍼니인 경우에는 개인처럼 최종 추심을 할 수도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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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특별자치시의 실질적인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행정수도 완성의 핵심 법안인 '행정수도특별법' 처리를 위한 공청회가 오는 5월 7일로 확정되면서, 법안 통과를 위한 실질적인 마지막 관문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공청회 개최 합의는 지난 22일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에서 행정수도특별법이 '계속 심사(보류)' 결정을 받은 직후, 지역구 국회의원인 김종민(세종갑, 무소속)·강준현(세종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즉각적인 공동 대응에 나서며 얻어낸 결과이다. 두 의원은 보류 결정 이튿날인 23일 국토위 지도부를 직접 면담하는 등 전방위적인 설득 작업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의원이 공청회 개최에 공을 들인 배경에는 단순히 속도를 내는 것보다 '확실한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 과거 행정수도 관련 법안이 겪었던 위헌 논란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이번 공청회를 통해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검토를 거쳐 법안의 완성도를 높이고, 본회의 통과 이후에도 흔들리지 않는 제도적 기반을 만들겠다는 '입법 정공법'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두 의원의 '원팀' 활약은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세종시법' 개정안에서도 이미 입증된 바 있다. 인구 급증에 따른 정치적 대표성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속 정당을 넘어 협력한 결과, 세종시의회 비례대표 의석을 기존 2석에서 3석으로 늘리는 결실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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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타(丸太), 벌목해 목재로 다듬은 통나무를 뜻하는 일본어다. 그러나 오늘에 이르러 마루타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십중팔구 생체실험에 쓰이는 인간, 실험체로 이용되고 버려지는 피해자를 통나무보다 먼저 떠올릴 것이다.

1940년대 만주에 주둔하던 일본제국 관동군에는 '방역 급수부'라 이름 붙은 세균전 부대가 있었다. 훗날 731부대라 불리게 된 이 부대는 부대명으로 드러나는 급수나 방역, 생화학전 대응을 위해 창설된 게 아니었다. 물리적 타격을 목적하는 재래식 무기와는 다른 기전을 가진 비대칭무기, 그중에서도 생화학무기를 개발하는 게 일차적 목표였다. 2차대전에서 극동 대소련 전선을 유지하며 한반도와 점령한 중국 도시, 또 일본 본토를 방위하기 위한 방패로써 만주는 버릴 수 없는 요충지였다. 그러나 갈수록 좋지 않아지는 전황은 더 효과적인 비대칭무기의 필요를 요구했다. 생화학무기는 많은 실험을, 가능하면 인간과 가까운 생명의 희생을 필요로 했다. 731부대가 넘지 않아야 할 선을 넘은 건 이 때문이었다.

일본을 넘어 전 세계 전사에서 최악의 군의라고까지 불린 이시이 시로가 731부대 지휘관이었다. 당시 일본군 군의로 오를 수 있는 최고계급인 중장으로, 731부대의 생체실험을 총괄했다. 흑사병, 천연두, 매독, 임질, 콜레라 등의 원인균을 그대로, 혹은 개량해 주입하는 식으로 이뤄졌는데, 직접 균 주입부터 음식을 통해 섭취하게 하거나 벼룩이며 쥐를 이용하는 등의 다양한 방식을 비교 실험했다.

내전으로 사실상 무정부상태였던 중국 민중을 비롯해, 만주에서 잡아들인 독립운동가를 포함한 조선인들, 또 소련인까지가 주된 희생자가 됐다. 확인된 것만 독립운동가 40여명이 피해를 입고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약 5년 간 731부대 내에서 실험으로 죽어나간 이들이 최소 3000여 명에서 1만 명까지로 추산되며, 부대 밖 생물무기 사용으로 죽은 이는 그 수십 배에 이른다고 전한다.


2차대전 일본군 731부대가 벌인 만행

<마루타 디 오리지널: 살인공창>은 홍콩 자본으로 제작한 1991년 작 장편영화다. 731부대와 관련한 작품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흑태양 731>의 속편격으로, 고어적 성격이 다분한 전작의 작풍을 이어받아 생체실험 장면을 재현하고 잔인한 액션 연출을 가미한 것이 특징적이다. 731부대와 관련해 가장 큰 피해를 본 범 중국 자본이 지난 30여 년 간 꾸준히 제작하고 있는 관련 작품 가운데 <흑태양> 시리즈만큼 유명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 <마루타 디 오리지널: 살인공창>은 '마루타'란 말이 널리 알려진 한국의 특성상 원제 '살인공창 Laboratory Of The Devil' 앞에 '마루타 디 오리지널'을 붙여 만든 제목이다.

1991년 겨울 한국서 개봉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져 오긴 하지만 당시엔 영화진흥위원회가 통합전산망을 통한 정보 집계를 하기 전으로 정확한 사실을 확인하긴 어렵다. 분명한 건 <마루타 디 오리지널: 살인공창>이 비디오로 출시돼 고어, 공포 장르 마니아를 중심으로 대단히 화제가 됐다는 점이겠다. 잔인한 묘사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임에도 역사의식 고취며 반일감정 등에 기대 비디오가게에서 고등학생 정도만 돼도 대여를 해주었다는 이야기를 당시 영화팬 여럿이 뚜렷하게 기억할 정도다. 서로 다른 지역에 살았던 영화마니아들이 제각기 이 영화가 대단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못잖게 인기 대여목록에 올라 있었다고 증언하는 바, 2차시장이라 할 수 있는 비디오가게들에서 고어물로선 보기 힘든 인기를 누렸다 해도 좋겠다.

이시이 시로 이하 731 부대가 자행한 잔혹한 생체실험이 이번에도 영화의 중심 줄기를 이룬다. 영화는 그를 검증된 액자식 구성으로 다루는데, 전쟁이 끝난 뒤 흩어져 살던 731부대 간부들의 모임자리에서다. 이들을 소집한 건 미국 비밀정보기관이다. 전쟁이 끝나고 뿔뿔이 흩어졌던 부대원들에게 금과 달러를 제시하며 세균무기 개발과 관련한 정보를 구하려 드는 것이다. 솔깃해하는 다른 이들과 달리 '또다시 살인에 동참할 수 없다'며 반감을 드러내는 사가와가 이 부대에 있었던 알려지지 않은 비극 하나를 전한다. 영화 <마루타 디 오리지널: 살인공창>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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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겨울 무렵, 한창 독립운동가를 그리고 그들의 삶을 공부하던 때였다. 일제강점기를 살았던 사람들의 일상을 알고 싶어 자료를 찾던 중 우연히 코베이라는 골동품 경매 사이트를 발견했다. 그곳에서 일본인이 한국으로 보냈던 실제 엽서 한 장을 손에 넣었다. 색이 바래 있었지만, 엽서에는 그 시대의 삶과 흔적이 남아 있었다. 활자로 찍힌 문장이 아닌, 누군가의 손으로 써 내려간 흔적은 생생했다. 이 엽서는 그냥 자료가 아니라, 어떤 사람의 '인생' 증거였다.


그 엽서를 계기로 동전 수집에도 관심이 생겼다. 오래된 주화라고 해서 모두 귀한 것은 아니었다. 여러 주화를 보다 보면 '정상적인 형태'가 눈에 익는다. 그때부터 가짜나 훼손된 물건이 구분되기 시작한다. 출처를 확인하는 일도 중요하다. 경매 이력, 판매자의 신뢰도, 거래 기록은 가격보다 더 신뢰할 만한 기준이 된다.

좋은 주화의 가치는 오래된 것이 아니라 상태에 따라 결정된다. 표면의 마모, 글자의 선명도, 부식이나 찍힘의 정도가 판단 기준이다. 또 세척을 한 주화인지 아닌지도 기준이 된다. 같은 연도의 주화라도 보존 상태에 따라 가격은 몇 배 차이가 난다.

여기에 희귀성이 더해지면 가치가 급등한다. 발행량이 적거나 특정 시기에 한정된 주화는 그 자체로 역사적 증거가 된다. 그러나 시장의 가치와 개인의 가치는 분리되어야 한다. 시장은 낙찰가를 기준으로 움직이지만, 의미는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다. 이 두 기준이 뒤섞이면 수집의 목적이 흔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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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서해와 황금빛 낙조가 어우러진 '꽃과 치유의 섬' 충남 태안군 안면도에 사계절 머물고 싶은 명품 정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10년의 시간을 품은 '안면도 지방정원'이 마침내 조성을 마무리하고, 25일 2026태안국제원예치유박람회 개막과 함께 첫 문을 연다.


충남도 산림자원연구소 태안사무소에 따르면, 충남 태안군 안면읍 중장리 일원에 들어선 '안면도 지방정원'은 총사업비 260억 원을 투입해 2016년 착공 이후 10년에 걸쳐 완성된 대규모 체류형 정원이다. 총면적 20만 8000㎡에 이르는 이 공간은 단순한 관람형 시설을 넘어 '치유·교육·체험'이 결합된 복합 힐링 플랫폼으로 설계됐다.

바다·숲·사람이 만나는 '10개의 정원'

안면도 지방정원의 가장 큰 특징은 자연과 인간의 감성을 연결하는 '스토리형 주제정원'이다. 전체 공간은 총 10개의 테마 정원으로 구성돼 관람객에게 다양한 감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소금과 바다, 참여를 테마로 한 '소금꽃정원', 어린이와 놀이를 중심으로 꾸며진 '웃음꽃정원', 안면송 숲과 대나무·편백이 어우러진 '안개꽃정원' 등 각 정원은 저마다의 색채와 메시지를 담고 있다.

특히 어린이 정원은 숲 속 작은 마을을 모티브로 구성돼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바다 정원은 해양 생태와 바닷바람을 주제로 공간을 연출해 안면도의 지역성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소금 정원에서는 옛 염전의 정취를 재현한 조형물과 함께 '소금 족욕 체험'이 마련돼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휴식 경험을 제공한다. 편백숲 정원은 울창한 숲길을 따라 걸으며 심신의 안정을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힐링 공간으로 기대를 모은다.

'정원의 심장' 가든센터…실내에서도 자연을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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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불확실성의 시대다. 금리와 환율, 공급망과 지정학, 기후위기와 에너지 가격이 동시에 요동치는 지금, 인공지능은 더 이상 IT 업계만의 화두가 아니다. 무역 장벽이 높아지고 지정학 긴장이 고조될수록, 기술 전환의 속도가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되고 있다. 어느 한 변수만 통제할 수 없는 복합 위기 속에서, 지금 세계는 새로운 생존공식을 쓰고 있다.

지난 4월 22일 세계경제연구원과 포스코홀딩스가 공동 주최한 국제컨퍼런스의 주제는 '초불확실성 시대, AI 주도산업 지형 재편: 한국 경제 재도약의 길'이었다. 지정학 리스크, AI 혁명과 산업 대전환, 국가·기업 경영전략의 세 축으로 구성된 이 행사는 단순한 토론의 장을 넘어, 한국 경제의 새 좌표를 설정하는 자리였다. 한국의 대표적 제조업 그룹과 경제 싱크탱크가 손을 잡고 이 주제를 정면에 내건 것 자체가, 이미 하나의 메시지였다.

세계경제연구원 전광우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보호무역주의 심화와 지정학적 분절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급변하는 국제 환경 속에서 한국 경제가 직면한 도전을 짚고, AI 중심 산업 대전환 시대에 국가와 기업이 갖춰야 할 미래 경쟁력과 전략적 대응 방안을 함께 모색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미국도 WTO도 더 이상 버팀목이 아니다

와세다대학 정치경제학부 후카가와 유키코 교수는 단호하게 말했다. "전례 없는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규범(룰) 기반 국제질서가 약화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이 수십 년간 성장해 온 자유무역 질서와 미국의 공공재 제공 역할이 동시에 축소되고 있다는 진단이었다.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본격화된 미국의 '관세정치'와 '안보이익 우선외교'는, 그 축소를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규모 확대, 유럽의 시장 보호 움직임 속에서 한국은 특정 시장 의존 구조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성장의 여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미국이 빠진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복구하거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과 유럽연합(EU)을 연계한 새로운 다자 통상 레짐을 만들어야 한다는 그의 진단은, 이 컨퍼런스의 문제의식을 가장 선명하게 압축한 발언이었다. 실제로 EU 집행위원장 폰데어라이엔은 이미 WTO의 대안으로 CPTPP와의 구조적 협력 의사를 밝혔다. 두 체제가 연결되면 세계 GDP의 30%를 아우르는 거대 통상 블록이 탄생한다. 한국은 아직 CPTPP에 가입하지 않았다.

그의 발언이 더 묵직하게 울린 이유는, 일본 역시 같은 처지이기 때문이다. 한일 양국 모두 미국 시장과 중국 공급망에 깊이 의존해 온 수출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 미국과 중국에 의존하지 않는 경제구조를 만드는 것은 한일의 공통 과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규칙이 재편되는 시기일수록, 먼저 판을 읽고 새 구조에 자리를 잡은 쪽이 수혜자가 된다. 한국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16조 달러가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단 조건이 있다

글로벌 주가지수 산출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헨리 페르난데즈 회장은 화상으로 등장해 한국 경제를 이례적으로 높게 평가했다. "한국은 이미 선진국 수준의 경제와 경쟁력을 갖췄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가 가시화되면서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의 전환점에 서 있다." 2024년 6월 말 기준 약 16조 5000억 달러의 글로벌 투자자금이 추종하는 이 지수에 편입되면, 최소 50억~360억 달러 규모의 외국인 자금이 순유입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그는 핵심을 이렇게 짚었다. "편입을 결정짓는 것은 경제규모가 아니라 글로벌 투자자의 거래 편의성이다." 원화 현물환 거래제약, 복잡한 외국인 투자 등록절차, 공매도 규제가 여전히 장벽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정부는 2026년 1월 외환·자본시장 종합 로드맵을 발표하고, 7월부터 외환시장 24시간 개방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맞는 방향이다. 다만 글로벌 투자자들은 의지보다 결과를 본다. 로드맵이 아니라 시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변화여야 한다.

AI에 대해서도 그는 냉정했다. "기술 수용속도가 빠른 한국이 선제 도입에 나선다면, 불확실성을 격차로 전환할 수 있다." 한국의 빠른 기술 흡수력과 제조 역량은, 이 시대가 요구하는 조건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일본은 30년을 잃었다, 한국에 남은 시간은 얼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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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을 위한 문화예술 분야 정규직 일터 '브라보비버아르떼'가 사원을 모집한다.

브라보비버아르떼는 대기업의 투자금과 사회적기업 베어베터의 지원을 결합하는 지분투자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모델 '브라보비버'의 여섯 번째 사업장이다. 이번에는 미술 분야의 직무를 새롭게 도입해 발달장애 사원 약 50명이 함께 일하는 공간으로 운영된다.

이는 2022년 대구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인천, 경기, 부산, 파주 등 5개 지역에 설립되며 307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지역의 발달장애인 일자리 불균형 문제를 해결'해온 브라보비버 모델을 문화예술 분야로 확장하며 '직업 다양성 부족 문제 해결'에 나서는 의미 있는 첫 시도다.

기존 문화예술 분야 장애 일자리는 장애인 의무고용 이행 자체가 목적인 기업의 니즈에 따라 재택근무를 기반으로 한 위탁 고용 형태의 계약직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보니 출근도 동료도 없이 발달장애인의 사회적 고립을 심화시킨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미술의 경우 직장 생활 없이 작품만 주기적으로 제출하는 방식이 많아 노동의 가치를 온전히 존중받기 어려웠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의 '2024 장애예술인 문화예술 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예술인의 고용 형태는 비정규직이 69%에 달했고, 안정적인 정규직은 8%에 불과했다. 베어베터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년 전부터 문화예술의 정규 직업화를 고민하고 연구해 왔다. 브라보비버아르떼는 이를 실현하는 첫 번째 실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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