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기사
산지천에서 용두암까지… 제주 속을 걷는 올레길

제주올레길 가운데 17코스는 제주시 도심으로 들어가는 관문 같은 길이다. 광령1리에서 김만덕기념관까지 총길이 19.5km로 약 6~7시간이 소요된다. 제주 도심과 마을, 해안을 고르게 지나며 제주시의 생활 공간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곳곳에 숨어 있는 제주의 역사 흔적을 발견하는 묘미도 있다.

4일 오전 10시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곧바로 제주올레 17코스 종점인 김만덕기념관으로 이동했다. 이번 일정에서는 일반적인 진행 방향이 아닌 반대 방향, 즉 황색 화살표 방향으로 코스를 걷기로 했다.



산지천 주변에서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용진교를 건너 산지천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한라산에서 시작된 물줄기는 제주시 도심을 관통해 동문시장 옆을 지나 제주항으로 흘러간다. 제주시의 생활과 역사를 함께 품고 흐르는 하천이다.

산지천은 시민들이 산책하고 여행자들이 쉬어 가는 공간이다. 제주항 서부두에서 탐라문화광장까지 이어지는 길에는 김만덕기념관과 김만덕객주, 깨어진 공적비 등이 눈길을 끈다. 물가에서는 물오리들이 한가롭게 떠다닌다. 산지천을 가로지르는 작지만 아름다운 아치형 다리들도 인상적이다.

북성교를 건너면 흔히 '깨어진 공적비'라 불리는 비석의 흔적이 남아 있다. 비문은 사라지고 받침 일부만 남아 있을 뿐이다. 누구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는지는 이제 알 수 없다. 이름도 문장도 지워진 채 자리만 남은 이 비석은 인간이 남기려 했던 공적과 명예가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 조용히 되묻게 한다.

탐라광장을 지나 길은 자연스럽게 시장으로 이어진다. 골목 끝에 이르자 동문시장의 활기가 느껴진다. 제주시에서 가장 오래된 재래시장 가운데 하나로 여행자와 시민이 함께 모이는 공간이다. 시장 안에는 제주 특산물과 해산물, 간단한 먹거리를 파는 상점들이 빼곡하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시장을 둘러본다. 오렌지빛 귤이 가득 쌓인 좌판은 손님맞이 준비로 분주하다. 상인들은 과일을 가지런히 진열하고, 기름이 끓는 솥에서는 새우와 오징어 튀김이 연이어 올라온다. 시장 안으로 들어서자 자연스럽게 생기가 전해진다. 성게비빔밥으로 이른 점심을 해결한 뒤 제주목 관아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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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직업으로 보던 시절이 있었다. 한때 영화 기자로 일했고, 라디오에서 영화를 소개하는 코너를 진행기도 했다. 일주일에 몇 편씩 영화를 보고, 개봉작을 정리하고, 배우와 감독을 인터뷰하는 일이 일상이었다. 그때의 나는 영화를 분석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 삶의 방향은 조금 달라졌다.

지금은 심리 상담사로 일하고 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마음이 어디에서 흔들리는지 함께 들여다보는 일을 한다. 상담을 시작하고 한동안은 영화를 거의 보지 않았다. 영화는 일과 연결된 기억이었고, 이제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담을 오래 하다 보니 이상한 일이 생겼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자꾸 영화 속 장면들이 떠올랐다. 어떤 사람의 외로움은 어느 영화의 주인공과 닮아 있었고, 어떤 사람의 분노는 또 다른 영화 속 인물의 감정과 겹쳐 보였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영화 속 인물들도 결국 사람의 마음을 보여주는 존재가 아닐까. 그래서 다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평론가처럼 연출과 구조를 먼저 보는 것이 아니라, 인물들의 마음을 먼저 보려고 했다. 그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 무엇 때문에 무너지고 무엇 때문에 버티는지를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이번 연재 '영화로 읽는 마음'은 그렇게 시작된 글이다. 영화 속 인물들을 통해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보려는 작은 시도다.

괴물 영화에서 눈에 들어온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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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의혹으로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의원직을 사퇴했던 군의원이 또다시 무소속으로 오는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혀 논란이다.

홍원표 전 충남 예산군의원은 최근 지역 주민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군의원 출마예정자 무소속 인사 드린다'라고 밝혔다.

앞서 홍 전 의원은 주점에서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강제추행)로 지난해 10월 불구속 송치됐다. 그는 해당 사건이 언론 보도로 알려져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탈당하고 의원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이에 일부 지역 주민들은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예산주민 A씨는 "(홍 의원의) 출마 메시지 문자를 받고 황당했다. 무리를 일으키고 의원직까지 사퇴한 마당에 또다시 군의원에 출마를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어렵다"라며 "우려스러운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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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검사 보완수사권 폐지' 주장에 강한 우려를 표명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찬운 위원장은 9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를 완전히 폐지하자는 주장은 우리 형사사법절차를 감내하기 어려운 혼란 속으로 밀어 넣을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그는 연간 약 80만 건에 달하는 검찰 송치 사건의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증거 누락 확인과 진술 점검 등 최소한의 사실 확인 권한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성폭력 사건 등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이의가 제기된 경우를 예로 들며, 검사가 직접 확인하지 못한 채 기록만으로 사건을 종결하거나 다시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것은 불완전한 기소나 소극적 불기소로 이어져 국민 권익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의 주장이 과거 검찰이 가졌던 수사권을 전면 복원하자는 취지가 아님을 분명히했다. 보완수사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검사들의 주장을 두고 "무조건 '들을 필요 없다'고 배제하는 것은 비판이 아니라 낙인이다. 그것은 개혁의 언어가 아니라 악마화의 언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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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상당수 법관들이 개혁 법률인 사법 3법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국민과의 관계에 대한 이들의 마인드 속에 존재한다. 법관이라는 직업이 궁극적으로 국민들에게 고용돼 법률 분쟁을 처리하는 '서비스맨'이라는 사실을 철저히 인식하지 못하는 데에 기인한다.

그런 마인드를 갖췄다면, 확정된 자신의 판결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을 경우에는 법원 외부의 헌법재판소가 판결을 취소할 수 있고(재판소원제), 자신이 위법적으로 증거를 채택 혹은 불채택해 진실을 왜곡하는 판결을 냈을 경우에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법왜곡죄)는 점을 당연히 수긍했을 것이다. 또 적체된 대법원 상고심이 원활히 돌아갈 수 있도록 대법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요청(대법관 증원법)도 기꺼이 받아들였을 것이다.

법관의 권력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재벌의 힘은 직원 숫자와 재력에서 나오고, 군대의 힘은 병력 규모와 무기에서 나오고, 종교의 힘은 이념적으로는 신에게서 나오고 현실적으로는 신도 수에서 나온다. 법관은 이런 요소들을 갖추지 못했는데도 경우에 따라 더욱 강력한 권능을 행사한다. 이는 법관이 풍부한 법률지식을 갖췄거나 사법시험·변호사시험을 통과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주권자가 그런 권능을 부여해 줬기 때문이다.

피고인석에 앉은 건장한 조직폭력배가 법정 밖에서 만났다면 얼마든지 무시할 수 있었을 법관의 판결 선고에 승복하는 것은 결코 법관 개인이 무서워서가 아니다. 법관의 양 어깨 뒤에 버티고 선 공권력이 무섭기 때문이다.

국민의 위임을 받은 공권력이 법원 판결에 대한 저항을 막아주기 때문에 법관들은 어느 누구를 만나도 막강한 권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위임이 철회되는 순간, 그들은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된다. 상당수의 법관들은 이 점에 대한 인식이 불철저하다. 그래서 지금 같은 사태가 발생한다.

많은 판사들이 주권자의 힘을 절감하지 못하는 것은 국민보다 독재정권을 더 두려워했던 과거의 관행에서 완전히 탈피하지 못했기 때문인 측면도 있다. 또 일제와 독재정권에 부여했던 판사들이 제대로 처벌을 받지 않은 탓도 있다. 8·15 해방, 4·19 혁명, 6월항쟁, 촛불혁명은 그런 법관들이 공직에서 추방되는 것은 물론이고 피고인석에 서는 심판의 무대가 됐어야 했지만, 그 같은 정의의 실현은 제대로 일어나지 않았다.

상당수 법관들이 국민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국민들과의 스킨십 부족에서 찾을 수 있다. 이는 법관을 고용한 궁극적 주체가 누구인지를 항상 느끼게 해주는 시스템의 부재에 기인한다. 원청인 주권자의 위임에 따라 하청인 사법부가 법관을 임명하는 구조를 일상적으로 각인시켜 주는 제도는 현존하지 않는다.

입법부의 경우에는 구성원 중 300명이 국민 직선에 의해 주기적으로 선출된다. 행정부의 경우에는 행정수반 1명이 동일한 방법으로 뽑힌다. 그러나 사법부에는 이런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법원장 및 대법관 임명이나 임명 동의에 대통령과 국회가 관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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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당 노선 정상화"를 촉구하며 국민의힘 광역단체장 공천 접수를 하지 않은 가운데 국민의힘 지지율이 안정적인 대구·경북 지역에는 광역 및 기초단체장이 131명이나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8일 오후 10시까지 마감이었던 국민의힘 공천 접수에는 광역단체장 후보자로 총 38명이 지원했다. 이 중 15명이 대구·경북 광역단체장에 지원했다. 전체 광역단체장 후보자의 40%가 단 두 지역에 쏠린 것이다.

반면 인천과 세종, 대전과 제주는 현역 광역단체장 등 한 명의 후보자만 지원했고, 충남과 광주, 전남은 아예 공천 신청자가 없었다.

국힘 수도권 광역단체장 후보자 고작 6명... 경기 기초단체장 후보자는 지난 지선의 절반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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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서산장학재단이 설립 36주년을 맞아 8일 오후 2시 서산시문화회관 대공연장에서 '2026년도 우리 지역을 빛낼 인재 장학금 전달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장학생과 가족을 비롯해 김태흠 충남도지사, 성일종 국회의원, 이완섭 서산시장, 조동식 의장 등 주요 인사와 재단 관계자 6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전달식에서는 서산·태안 및 충남 13개 지역의 초·중·고·대학생 238명에게 총 2억 5860만 원의 장학금이 지급됐다. 재단 측은 올해 연간 총 269명에게 2억 7410만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2026년도 전체 장학사업비 3억 400만 원은 재단 후원회장인 성우종(도원이엔씨 대표)·성석종(럭스피아 대표) 형제가 지역 학생들을 위해 사재를 출연했다.

행사에서는 장학생 가족들이 준비한 깜짝 꽃다발 전달식이 있었다. 식전 공연으로 재능을 나눈 이소담 양을 비롯해, 다자녀 가정의 홍채빈 양 가족, 어머니에게 간을 이식한 감동적인 사연으로 가천효대상을 받은 최서현 양의 모친이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600여 참석자를 대표해 재단을 이끌어온 조규선 이사장과 사재를 출연한 성우종·성석종 후원회장에게 꽃다발을 전달했다.

조규선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지난 36년간 희망의 씨앗을 심어온 것처럼, 앞으로도 100년 이상 이어질 장학사업을 통해 지역 인재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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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노동자와 함께하는 치유 사업을 해 오면서 수없이 무너지고, 절망하고, 자책을 되풀이해 왔다. 도저히 이 일을 해낼 자신이 없었고 자존감은 바닥에 나뒹굴기 일쑤였다. 나의 운동, 나의 삶을 흔드는 날들을 보내다 최근에야 원초적 게으름으로 회귀하며 더 이상 반성문을 쓰지 않아도 되는 수준까지 회복해 가던 찰나, 이 책 <일터 괴롭힘, 부서진 자리>(2025년 12월 출간)의 서평을 요청받았다. 책을 읽는 내내 "너희, 잘하고 있어?"라고 묻는 것 같았고, 다시 반성문을 써야 할 것 같은 강박이 느껴진다.


사람을 부서지게 만드는 자리

한 사례 한 사례들은 낯설지 않다. 낯설지 않아 더 아프고 눈물이 난다. 내가 알고 지내던 그와 그녀들의 얼굴이 겹치고 동료를 잃은, 살아남은 자들의 멍한 눈빛이 생생히 그려진다. 3층에 있는 우리 상담실을 다섯 번 여섯 번을 쉬어가며 올라오던 무겁고 흔들리던 발걸음, 백혈병을 진단받고 퇴사를 강요받은 이의 괴롭고 외로운 표정, 그루밍에 가까운 심리적 지배로 노예처럼 부려지다 버려진 이의 통곡.

그 고통들이 "괴롭힘"이라는 이름을 얻었지만, 이 이름만으로는 현실을 품지도, 고통의 개별성을 담아내지도, 근원적인 책임과 구조를 설명하지도 못한다. 이 책은 부서진 자리가 어디인가를 물으며, 각 사례자가 겪어야 했던 모멸의 순간순간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그 근원을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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