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기사
문형배 "2009년 오마이뉴스에 빚... 갚으러 왔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초빙석학교수)은 15일 오마이TV '이병한의 상황실'에 출연해 퇴임 1년 간 근황과 카이스트 부임 계기, 재판소원 등 사법개혁 이슈에 관한 의견을 밝혔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③이다.
- 그러면 이거를 여쭤보겠습니다. 사법개혁 3법 할 때 결국은 '어떻게 부작용을 줄일 것이냐, 어떻게 제도가 잘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인가'를 중심으로 해야 된다라고 하는 입장을 밝히신 건 알고 있는데요. 특히 재판소원과 관련해서 '자칫 4심제가 되지 않도록 헌재가 관용과 자제를 해야 된다.' 그렇게 말씀을 여러 차례 하셨어요. 그런데 아직 한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접수된 사건 모두 각하되고 있습니다. 전원재판부로 회부된 게 하나도 없어요. 물론 사건은 많이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지금 보시기에 헌재가 당부하셨던 관용과 자제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를 하시나요?
"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알 수가 없고. 제가 하나 여기서 꼭 짚어야 될 게요, 재판소원제도는, 헌재는 이해관계자이자 심판입니다. 그러니까 권한을 키우느냐 줄이느냐 문제에서 이해관계자이고요. 그게 위헌인지 아닌지 판단이 문제가 되면 심판자로 등장합니다.
그런데 심판자는요, 한계가 있습니다. 예단을 드러내면 안 됩니다. 그런데 헌재는 입법 과정에서 (재판소원이) 합헌이라고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제가 묻고 싶습니다. 재판관 평의를 거쳤습니까? 재판관 평의를 거치지 않았는데 누가 합헌이라고 말을 할 수 있습니까? 두 번째로, 재판관 평의를 만약에 거쳤다면 그것 역시 문제입니다. 사건이 접수가 안 됐는데 어떻게 재판관들이 평의를 해서 합헌이라고 말을 합니까? 이와 같이 입법 과정에서 현재는 관용과 자제를 발휘하지 않았습니다.
그 다음 재판소원 사유를 보면은요, 1호 사유는 정당합니다. 아무 문제가 없고, 저도 주장했던 내용입니다. 저는 재판소원 자체를 완전히 반대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2호, 3호 중에서 헌법 위반에 대해서는 제가 논평을 유보하고요. 문제는 법률 위반입니다. 법률 위반에 대해서는 대법원의 법률 해석을 존중해야 됩니다. 대법원 법률 해석을 존중하지 않고 (헌재가) 독자적으로 해석을 하면 그건 4심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점들을 이야기하는 거고요.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헌법재판은 헌재가 독점적으로 행사하는 게 아닙니다. 헌법 107조 2항에 보시면요, 시행령·시행규칙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대법원이 하도록 돼있습니다. 그러므로 헌법재판에 관해서 헌재도 대법원도 재판기관입니다. 따라서 관용과 자제를 해야죠. 대법원도 마찬가지고, 헌재도 마찬가지고. 그러니까 관용과 자제라는 것은 대통령과 국회 사이에만 필요한 게 아닙니다. 견제와 균형이라는 헌법 원리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헌법기관 간에 관용과 자제가 없으면 헌법은 제대로 굴러가지 않습니다. 그걸 꼭 말하고 싶고, 특히 헌재에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에 이미 과부하가 걸렸습니다. 지금 생각보다 적게 들어오는 건 맞습니다만, 이미 들어와 있는 사건도 평소 처리하던 사건의, 제가 볼 때 1.5배 이상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럼 어떤 문제가 있느냐 기존에 하던 기본 기능이 지연됩니다. 헌법재판소의 기본 기능은 뭐냐면요,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심사하는 권한입니다. 그담에 권한쟁의이고, 탄핵소추이고 그렇습니다. 그것도 늦다고 늘 지적받았습니다. 그런데 재판소원은 한 달 안에 각하를 해야 됩니다. 그러면 여기에 먼저 매달릴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 기본 기능이 지연될 수밖에 없는 겁니다. 1년을 지나보면 문제가 드러날 겁니다.
제가 알기로 스페인 같은 나라는 재판소원 사유를 줄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식으로 시행 후 조정까지 염두해 둬야 된다. 그러려면 헌재도 관용과 자제를 보여야 된다. 그걸 좀 강조하고 싶고요. 대법원 역시 '헌법을 헌법재판소가 판단하는 거다' 미루지 마시고 적극적으로 헌법을 해석해서 그에 어긋나지 않도록 법률 해석을 하는 그런 용기를 보일 필요가 있다.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군 동성애를 형사처벌하는 법률을 갖고 있습니다. 그 사건이 제가 근무할 때 헌재에 와 있었습니다. 그리고 대법원에도 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문제를 누가 풀었나, 대법원이 풀었습니다. 사적 공간의 합의된 사안은 처벌할 수 없다. 헌재는 못 풀었습니다.
그때 제가 느낀 것이, 인권 감수성이 재판관이 대법관보다 높다는 증거가 없습니다. 대법은 어떤 논리를 썼나, 사적 공간과 합의의 요건을 충족하는 군 동성애를 처벌하는 건 위헌이다. 그러므로 그걸 빼고서 처벌해야 된다고 논리를 썼습니다. 다시 말하면 헌법을 재판 규범으로 삼은 결과입니다. 얼마든지 대법원도 헌법을 해석할 수 있고, 그래서 헌법에 위반되지 않도록 법률을 해석하는 방법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게 좋겠다. 그렇게 해서 오로지 국민을 위해서 두 기관이 선의의 경쟁을 하는 기관으로 가는 게 맞다. 우리의 권한을 더 키우겠다. 이런 싸움을 가는 건 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교수님께서는 특히 헌재가 관용과 자제를 더 해야 된다라는 쪽으로 많이 강조를 하신 걸로 이해가 됩니다. 헌재가 아무래도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모습에서 관용과 자제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시기 때문인 거죠?
"그렇고. 재판소원 제도 자체가 하고 있는 나라들을 보면요. 예를 들면 독일이 대표적인 나라 아니겠습니까? 독일에는 연방대법원 판결을 연방헌법재판소가 취소한 예가 거의 없습니다. 이미 선진국에서도 관용과 자제를 실천하고 있다 이겁니다."
- 대법관이 한 명 공석인 상태가 좀 오래 되고 있어요.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법관 제청을 안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그러니까 이 사건만 봐도요. 민주주의라는 것이 성문의 헌법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지 않습니까. 관용과 자제라는 비공식 규범이 작동했을 때 민주주의는 굴러간다, 그정도로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더 깊이 들어가면, 제가 아무런 자격도 없는 사람이 말씀드리는 거라서 조심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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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4.2026 문형배 "2009년 오마이뉴스에 빚... 갚으러 왔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초빙석학교수)은 15일 오마이TV '이병한의 상황실'에 출연해 퇴임 1년 간 근황과 카이스트 부임 계기, 재판소원 등 사법개혁 이슈에 관한 의견을 밝혔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③이다.
- 그러면 이거를 여쭤보겠습니다. 사법개혁 3법 할 때 결국은 '어떻게 부작용을 줄일 것이냐, 어떻게 제도가 잘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인가'를 중심으로 해야 된다라고 하는 입장을 밝히신 건 알고 있는데요. 특히 재판소원과 관련해서 '자칫 4심제가 되지 않도록 헌재가 관용과 자제를 해야 된다.' 그렇게 말씀을 여러 차례 하셨어요. 그런데 아직 한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접수된 사건 모두 각하되고 있습니다. 전원재판부로 회부된 게 하나도 없어요. 물론 사건은 많이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지금 보시기에 헌재가 당부하셨던 관용과 자제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를 하시나요?
"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알 수가 없고. 제가 하나 여기서 꼭 짚어야 될 게요, 재판소원제도는, 헌재는 이해관계자이자 심판입니다. 그러니까 권한을 키우느냐 줄이느냐 문제에서 이해관계자이고요. 그게 위헌인지 아닌지 판단이 문제가 되면 심판자로 등장합니다.
그런데 심판자는요, 한계가 있습니다. 예단을 드러내면 안 됩니다. 그런데 헌재는 입법 과정에서 (재판소원이) 합헌이라고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제가 묻고 싶습니다. 재판관 평의를 거쳤습니까? 재판관 평의를 거치지 않았는데 누가 합헌이라고 말을 할 수 있습니까? 두 번째로, 재판관 평의를 만약에 거쳤다면 그것 역시 문제입니다. 사건이 접수가 안 됐는데 어떻게 재판관들이 평의를 해서 합헌이라고 말을 합니까? 이와 같이 입법 과정에서 현재는 관용과 자제를 발휘하지 않았습니다.
그 다음 재판소원 사유를 보면은요, 1호 사유는 정당합니다. 아무 문제가 없고, 저도 주장했던 내용입니다. 저는 재판소원 자체를 완전히 반대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2호, 3호 중에서 헌법 위반에 대해서는 제가 논평을 유보하고요. 문제는 법률 위반입니다. 법률 위반에 대해서는 대법원의 법률 해석을 존중해야 됩니다. 대법원 법률 해석을 존중하지 않고 (헌재가) 독자적으로 해석을 하면 그건 4심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점들을 이야기하는 거고요.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헌법재판은 헌재가 독점적으로 행사하는 게 아닙니다. 헌법 107조 2항에 보시면요, 시행령·시행규칙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대법원이 하도록 돼있습니다. 그러므로 헌법재판에 관해서 헌재도 대법원도 재판기관입니다. 따라서 관용과 자제를 해야죠. 대법원도 마찬가지고, 헌재도 마찬가지고. 그러니까 관용과 자제라는 것은 대통령과 국회 사이에만 필요한 게 아닙니다. 견제와 균형이라는 헌법 원리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헌법기관 간에 관용과 자제가 없으면 헌법은 제대로 굴러가지 않습니다. 그걸 꼭 말하고 싶고, 특히 헌재에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에 이미 과부하가 걸렸습니다. 지금 생각보다 적게 들어오는 건 맞습니다만, 이미 들어와 있는 사건도 평소 처리하던 사건의, 제가 볼 때 1.5배 이상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럼 어떤 문제가 있느냐 기존에 하던 기본 기능이 지연됩니다. 헌법재판소의 기본 기능은 뭐냐면요,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심사하는 권한입니다. 그담에 권한쟁의이고, 탄핵소추이고 그렇습니다. 그것도 늦다고 늘 지적받았습니다. 그런데 재판소원은 한 달 안에 각하를 해야 됩니다. 그러면 여기에 먼저 매달릴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 기본 기능이 지연될 수밖에 없는 겁니다. 1년을 지나보면 문제가 드러날 겁니다.
제가 알기로 스페인 같은 나라는 재판소원 사유를 줄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식으로 시행 후 조정까지 염두해 둬야 된다. 그러려면 헌재도 관용과 자제를 보여야 된다. 그걸 좀 강조하고 싶고요. 대법원 역시 '헌법을 헌법재판소가 판단하는 거다' 미루지 마시고 적극적으로 헌법을 해석해서 그에 어긋나지 않도록 법률 해석을 하는 그런 용기를 보일 필요가 있다.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군 동성애를 형사처벌하는 법률을 갖고 있습니다. 그 사건이 제가 근무할 때 헌재에 와 있었습니다. 그리고 대법원에도 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문제를 누가 풀었나, 대법원이 풀었습니다. 사적 공간의 합의된 사안은 처벌할 수 없다. 헌재는 못 풀었습니다.
그때 제가 느낀 것이, 인권 감수성이 재판관이 대법관보다 높다는 증거가 없습니다. 대법은 어떤 논리를 썼나, 사적 공간과 합의의 요건을 충족하는 군 동성애를 처벌하는 건 위헌이다. 그러므로 그걸 빼고서 처벌해야 된다고 논리를 썼습니다. 다시 말하면 헌법을 재판 규범으로 삼은 결과입니다. 얼마든지 대법원도 헌법을 해석할 수 있고, 그래서 헌법에 위반되지 않도록 법률을 해석하는 방법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게 좋겠다. 그렇게 해서 오로지 국민을 위해서 두 기관이 선의의 경쟁을 하는 기관으로 가는 게 맞다. 우리의 권한을 더 키우겠다. 이런 싸움을 가는 건 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교수님께서는 특히 헌재가 관용과 자제를 더 해야 된다라는 쪽으로 많이 강조를 하신 걸로 이해가 됩니다. 헌재가 아무래도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모습에서 관용과 자제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시기 때문인 거죠?
"그렇고. 재판소원 제도 자체가 하고 있는 나라들을 보면요. 예를 들면 독일이 대표적인 나라 아니겠습니까? 독일에는 연방대법원 판결을 연방헌법재판소가 취소한 예가 거의 없습니다. 이미 선진국에서도 관용과 자제를 실천하고 있다 이겁니다."
- 대법관이 한 명 공석인 상태가 좀 오래 되고 있어요.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법관 제청을 안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그러니까 이 사건만 봐도요. 민주주의라는 것이 성문의 헌법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지 않습니까. 관용과 자제라는 비공식 규범이 작동했을 때 민주주의는 굴러간다, 그정도로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더 깊이 들어가면, 제가 아무런 자격도 없는 사람이 말씀드리는 거라서 조심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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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4.2026 "4월 4일 연관검색어 피했다"... 문형배의 1년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초빙석학교수)은 15일 오마이TV '이병한의 상황실'에 출연해 퇴임 1년 간 근황과 카이스트 부임 계기, 재판소원 등 사법개혁 이슈에 관한 의견을 밝혔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②이다.
- 왜 교수님이라고 불러달라고 했는지 조금 알 것 같기도 합니다. 교수님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아요. 그런데 1년 전 재판관이셨을 때, 그때 얘기를 또 질문을 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당시에 나온 탄핵 결정문 아시겠지만 호평을 받았습니다. 쉬운 문장, 명쾌한 논리 이런 것들 때문에. 그 이후에 다시 읽어 보셨죠?
"전문은 못 읽어봤고요. 제가 읽었던 선고 요지 그거는 몇 번 읽어봤습니다."
- 만족스러우셨나요? 아니면 '아 그래도 이 부분 이 부분 좀 더 아쉽다.'
"뭐 저는 후회 없습니다."
- 당시 탄핵 심판 과정에 대해서 몇 차례 강연도 하시고, 인터뷰도 하시고 하는 과정 속에서 아마도 공개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많이 말씀을 해 주신 것 같아요. 그런데 혹시 1년이 지난 이 시점에 '이제는 말할 수 있다. 한 번도 얘기 안 했던 거지만 시민들이 이건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런 부분 혹시 있으시면.
"추가로 밝힐 건 없고요. 시민들이 비상계엄을 극복하기 위해서 잠도 못 자고 가슴 졸이면서 지냈잖아요. 그건 재판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당시에 우리도 많은 사항을 알고 있 었고요. 어떻게 하면 이 국론분열을 극복할 수 있을지, 또 어떤 논리로, 어떤 주문으로 이런 고민을 많이 했다. 그리고 잠도 제대로 못 잤다. 그래서 비상계엄을 극복하는 데에 국민과 함께 있었다. 그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 표결이 딱 한 번이었다고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교수님께서는 이 사건이 처음에 올 때부터 이 만장일치 돼야 된다라고 생각했다고 얘기도 들었고요. 실제로 만장일치 8대 0 됐습니다. 그러면 언제쯤 '아 이거 만장일치 되겠구나.' 확신이 온 게는 언제쯤이었어요?
"표결 직전."
- 4월 1일이 표결이었다고 얘기를 들었는데, 그러면 그 전에는.
"그 전에는 평의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평의라는 것은 모든 쟁점에 대한 토론 아니겠습니까? 의문점이 해소되어야 어떤 사람의 입장이라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드러나는 거 아니에요."
- 차근차근 쟁점들을 하나씩 이제 평의를 해 나가잖아요. 그때 결론들을 내면서 가는 게 아닌가요?
"아닙니다. 어떤 쟁점에 대해서 인용론, 기각론 이렇게 나눠서 의견서를 쓰지 않습니까?그러면 인용론을 뭘로 삼을 거냐, 기각론은 뭘 삼을 거냐. 그걸 정리하는 겁니다."
- 아 어떤 쟁점에 대해서 요거는 인용으로 가자, 기각으로 가자 그렇게 소결론들을 내면서 가는 게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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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4.2026 문형배 "이미 온 AI 시대, 정치가 적극적 역할해야"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초빙석학교수)은 15일 오마이TV '이병한의 상황실'에 출연해 퇴임 1년 간 근황과 카이스트 부임 계기, 재판소원 등 사법개혁 이슈에 관한 의견을 밝혔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①이다.
-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님 지금 제 옆에 나와 계십니다.
"안녕하십니까."
- 한 번 모시고 싶었는데 오늘 모셔서 정말 다행이고. 지난해 이맘때 퇴직하셨잖아요. 그 이후에 지금 카이스트 초빙석학교수가 되셨습니다. 먼저 오늘 인터뷰 호칭부터 좀 정리를 해야 될 것 같은데, 사람들에게는 문 교수님보다는 문 재판관님 이게 더 익숙한데 어떻게 부를까요?
"교수로."
- 아 그럴까요? 알겠습니다. 제가 첫 질문을 뭘로 할까 고민했는데, 워낙 많이 알려지기로 롯데 자이언트 팬으로 유명하시니까 프로야구 질문을 할까 이렇게 생각하다가 접었습니다.
"잘하셨습니다."
- 요즘 롯데가 (성적이) 조금 안 좋아서 시작부터 기분이 안 좋아지실 것 같아서 그건 안 하기로 하고 대신 이 질문으로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책이죠? <호의에 대하여>. 저자 소개에 이렇게 적혀 있더라고요. '정상에 오르지 않은 등산을 좋아하고 나무 이름에 해박하다. 독만권서 행만리로(讀萬卷書 行萬里路)를 지향하는 엄청난 독서광이자 산책광이다.' 이렇게 적혀 있고요. 또 서문에 또 이렇게 적혀 있어요. '자작나무라는 필명을 사용하게 된 사연을 눈여겨 보았으면 합니다'라고 적으셨어요. 왜 등산은 좋아하는데 정상에 오르는 건 안 좋아하시는지, 또 자작나무라는 필명이 얽힌 사연이 무엇인지 일단 우리 시청자 여러분들께 말씀해주십시오.
"일단 정상을 고수한다는 것은 목표가 있는 삶 하고 비슷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산에 가는 것은 친구들과 정을 나누기 위해서 가는 겁니다. 그 목적에 충실하려면 정상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그 생각이고요. 목표가 있는 삶과 목적이 있는 삶의 차이라고 생각하고. 자작나무라는 거는, 제가 블로그를 쓰다보니까 실명을 쓰니까 부작용이 좀 있더라고요. 필명으로 바꿔야 되겠는데 그때 제가 우연히 엽서를 보니까 '날으는 자작나무' 이렇게 있더라고요. '어 자작나무 좋은데' 해가지고 썼어요. 그런데 저는 그때까지만 해도 자작나무를 본 적이 없어요. 한참 뒤에 홋카이도에 가니까 자작나무가 있더라고요. 그걸 보고서 '아 제가 잘못 지었구나. 과하다.'
- 왜요?
"너무 귀티가 나는 거예요. 평범한 사람이 필명으로 쓰기엔 너무 귀티가 난다. 그런 내용들입니다. "
- 잘 어울리시는 것 같은데요. 그래도 한번 자작나무로 썼으니까 바꾸기 쉽지 않죠?
"네, 못 바뀌죠."
- 교수님이 헌법재판관을 퇴임하신 게 지난해 이맘때입니다. 2025년 4월 18일로 제가 기억하는데, 오늘이 15일이니까 정말 며칠 조금 모자란 딱 1년이 돼 갑니다. 그 전에 판사와 헌법재판관으로 있었던 게 38년이라고 들었어요. 말이 38년이지, 정말 긴 시간 동안 공직 생활을 끝내고 이제 시민으로서 1년 보내셨습니다. 지난 1년 어떻게 지내셨는지 그리고 어떤 시간이었는지 이런 것들을 한번 좀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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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4.2026 민주당 대전 대덕구청장 후보에 김찬술 확정... 동구·서구는 결선

더불어민주당 대전 대덕구청장 후보로 김찬술 예비후보가 확정됐다. 동구와 서구는 결선이 치러지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15일 밤 대전지역 3개 구청장 후보 경선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대덕구청장 결선 투표에서는 김찬술 후보가 박종래 후보를 제치고 구청장 후보로 확정됐다.
또한 7명의 후보가 경쟁을 펼친 서구청장 경선에서는 과반 득표자가 없어 신혜영·전문학 후보가 오는 20일과 21일 이틀 동안 결선을 치르게 됐다. 함께 경쟁했던 김창관·김종천·서희철·전명자·주정봉 후보는 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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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4.2026 '결선 석패' 김영록 "시도민께 감사... 민형배 후보 성공 기원"

김영록 전남지사는 15일 "민주당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경선 과정에서 무한한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신 시·도민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민형배 의원(광주 광산을)에게 결선에서 석패한 다음날인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전남광주의 부흥을 위해 열심히 뛰었지만 시도민 선택을 받지 못했다. 모든 것은 저의 부족 때문"이라고 패배를 승복했다.
민주당 후보로 선출된 민 의원을 향해서는 "성공하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한다"며 "행정통합은 전남과 광주가 발전해 다른 지역과 대등하게,아니 더 앞서 나갈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지사는 "필요하다면 저의 모든 역량과 지혜를 함께 하겠다"며 거듭 민 의원의 성공과 지역 행정 통합의 성공을 염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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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4.2026 "우리 애들 굶고 있어!" 배달 늦는다고 '멍청이'란 말을 들었다
"일 이따위로 해놓고, 배달료 다 받아 처먹는 거지? 지금까지 기다린 내 시간은 어떻게 보상해줄 건데요?"
상담사의 최대 재량으로 제공할 수 있는 대안을 안내했지만, 고객은 화를 참지 못하고 우레 같은 욕설을 내뱉는다.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어는 한마디뿐이다.
"고객님, 욕설하시면 상담 어렵습니다."
콜센터 상담사는 고객이 전화를 끊기 전에 먼저 상담을 종료할 수 없다. 그나마 감정노동자보호법이 생기면서 지속적인 반말과 욕설이 이어질 경우, 상담사가 먼저 전화를 끊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고객의 반말이나 욕설이 3번 이상 반복이 되어야 가능하다. 어김없이 강성 고객의 입을 통해 귓바퀴에 흘러넘치는 험한 말을 듣고 있을 때였다. 사내 메신저에는 '첫째도 친절, 둘째도 친절, 셋째도 친절'이라는 공지가 뜬다.
타인을 업신여기는 고객에게도 친절하라고 강요하는 세상, 욕먹는 값으로 월급 받는 거 아니냐고 암묵적으로 묵인하는 조직, 감정노동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하지 않는 사내 문화. 그럼에도 생계와 목적을 위해 콜센터로 출근해야 하는 사람들. 나 역시 별다를 게 있겠는가. 크고 작은 멍으로 마음이 얼룩덜룩해져도, 낯빛이 회색으로 젖어가도 회사로 발걸음을 옮긴다.
엄마의 침묵
한 업계에서 10년 넘게 일했지만, 어느 날 형용할 수 없는 권태와 무력감이 찾아왔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회사와 사직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퇴사를 하던 날, 회식 자리에서 오래된 연인과 헤어지는 것 같아서 울음이 터지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답답한 세미 정장과 불편한 뾰족구두에서 벗어나 찢어진 청바지와 슬리퍼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니 짜릿한 해방감도 함께 들었다.
넉넉한 삶의 여백과 휴식은 솜사탕보다 더 달콤하고 녹아내렸다. 하지만 그럴수록 생산활동 없이 쉬고만 있는 현재에 어쩔 수 없는 불안감이 스며들었다. 결국 내가 새롭게 시작하게 된 일은 음식 배달 플랫폼의 콜센터 상담직. 근무 기간은 3개월 남짓, 정규직으로 입사한 상담원들과 달리 나는 일정 기간 뒤에 계약종료가 예정되어 있었다.
콜센터로 출근한 지 얼마 안 됐을 무렵, 떨어져 살고 있는 엄마가 내게 안부 전화를 거셨다.
"딸~ 날씨가 덥네. 요즘 뭔가 바빠 보이던데?"
"사실 엄마, 나 요즘 음식 배달 플랫폼 콜센터 다녀."
"..."
꽃 피면 예쁜 걸 좋아하는 내 취향이 생각나서, 달 뜨면 동그란 내 얼굴이 떠올라서, 바람 불면 부족하게 입고 다니는 내 걱정이 앞서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건네던 엄마다. 그런데 웬일로 말이 없으셨다. 그 뒤로 엄마의 티 나는 침묵이 이어졌다.
콜센터의 업무가 대략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는 엄마는 딸의 현재 상황에 말을 잇지 못하셨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알려주셨지만, 내 자식이 어디 가서 아쉬운 소리 듣고 살지 않았으면 하는 것도 부모의 맘일 것이다. 그날, 엄마의 입술 사이로 뚜렷한 형태소나 음절이 흘러나오지 않아도 나는 충분히 엄마의 마음을 알아차렸다.
"자식이 굶고 있으면 얼마나 속상한데요. 아, 진짜 짜증 나네.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배달 언제 오는 건데요?"
"고객님,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빠르게 확인 후 도움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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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의 최대 재량으로 제공할 수 있는 대안을 안내했지만, 고객은 화를 참지 못하고 우레 같은 욕설을 내뱉는다.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어는 한마디뿐이다.
"고객님, 욕설하시면 상담 어렵습니다."
콜센터 상담사는 고객이 전화를 끊기 전에 먼저 상담을 종료할 수 없다. 그나마 감정노동자보호법이 생기면서 지속적인 반말과 욕설이 이어질 경우, 상담사가 먼저 전화를 끊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고객의 반말이나 욕설이 3번 이상 반복이 되어야 가능하다. 어김없이 강성 고객의 입을 통해 귓바퀴에 흘러넘치는 험한 말을 듣고 있을 때였다. 사내 메신저에는 '첫째도 친절, 둘째도 친절, 셋째도 친절'이라는 공지가 뜬다.
타인을 업신여기는 고객에게도 친절하라고 강요하는 세상, 욕먹는 값으로 월급 받는 거 아니냐고 암묵적으로 묵인하는 조직, 감정노동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하지 않는 사내 문화. 그럼에도 생계와 목적을 위해 콜센터로 출근해야 하는 사람들. 나 역시 별다를 게 있겠는가. 크고 작은 멍으로 마음이 얼룩덜룩해져도, 낯빛이 회색으로 젖어가도 회사로 발걸음을 옮긴다.
엄마의 침묵

한 업계에서 10년 넘게 일했지만, 어느 날 형용할 수 없는 권태와 무력감이 찾아왔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회사와 사직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퇴사를 하던 날, 회식 자리에서 오래된 연인과 헤어지는 것 같아서 울음이 터지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답답한 세미 정장과 불편한 뾰족구두에서 벗어나 찢어진 청바지와 슬리퍼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니 짜릿한 해방감도 함께 들었다.
넉넉한 삶의 여백과 휴식은 솜사탕보다 더 달콤하고 녹아내렸다. 하지만 그럴수록 생산활동 없이 쉬고만 있는 현재에 어쩔 수 없는 불안감이 스며들었다. 결국 내가 새롭게 시작하게 된 일은 음식 배달 플랫폼의 콜센터 상담직. 근무 기간은 3개월 남짓, 정규직으로 입사한 상담원들과 달리 나는 일정 기간 뒤에 계약종료가 예정되어 있었다.
콜센터로 출근한 지 얼마 안 됐을 무렵, 떨어져 살고 있는 엄마가 내게 안부 전화를 거셨다.
"딸~ 날씨가 덥네. 요즘 뭔가 바빠 보이던데?"
"사실 엄마, 나 요즘 음식 배달 플랫폼 콜센터 다녀."
"..."
꽃 피면 예쁜 걸 좋아하는 내 취향이 생각나서, 달 뜨면 동그란 내 얼굴이 떠올라서, 바람 불면 부족하게 입고 다니는 내 걱정이 앞서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건네던 엄마다. 그런데 웬일로 말이 없으셨다. 그 뒤로 엄마의 티 나는 침묵이 이어졌다.
콜센터의 업무가 대략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는 엄마는 딸의 현재 상황에 말을 잇지 못하셨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알려주셨지만, 내 자식이 어디 가서 아쉬운 소리 듣고 살지 않았으면 하는 것도 부모의 맘일 것이다. 그날, 엄마의 입술 사이로 뚜렷한 형태소나 음절이 흘러나오지 않아도 나는 충분히 엄마의 마음을 알아차렸다.
"자식이 굶고 있으면 얼마나 속상한데요. 아, 진짜 짜증 나네.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배달 언제 오는 건데요?"
"고객님,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빠르게 확인 후 도움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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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4.2026 보행기 밀어 차려낸 엄마의 오리죽... 젓가락을 들지 못했다
1941년생인 엄마는 한없이 낙천적이고 사랑이 많은 분이다. 엄마 손을 거친 나물 한 접시, 국 한 그릇에는 늘 사람을 살게 하는 힘이 담겨 있었다. 그 평화롭던 일상에 균열이 생긴 건 코로나가 한창이던 6년 전이었다. 집 안에서 크게 넘어지신 이후, 엄마의 시간은 멈춘 듯 보였다.
부엌을 종횡무진하던 엄마는 방에서 식탁까지 이동하는 것조차 힘겨운 사람이 되었고, 몇 걸음을 옮긴 뒤에는 한참이나 숨을 고르셔야 했다. 햇살 같던 엄마의 몸과 마음에 영영 봄이 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엄마는 멈추지 않았다.
"내가 이렇게 누워만 있으면 너희 걱정만 시키지."
거북이처럼 아주 천천히, 그러나 매일 한 걸음씩 엄마는 세상을 향해 다시 나아갔다. 처음에는 벽을 짚고 일어서는 것조차 버거워하셨지만, 엄마의 의지는 보행기 바퀴보다 더 단단하게 굴러갔다.
멈춰버린 시간, 다시 이어진 시간들
수년 전부터 집 앞 놀이터는 엄마의 '전부'가 되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오전이면 운동기구를 붙잡고 굳은 근육을 깨우며 놀이터를 열 바퀴씩 돈다. 처음에는 지팡이에 온몸을 의지했고, 요즘은 보행기를 밀면서 걷는다.
오후가 되면 그곳은 어르신들의 사랑방이 된다. 햇볕이 잘 드는 벤치 위에서 이야기가 오가고, 그 속에서 엄마는 다시 웃음을 되찾았다. "총알, 꼬부랑, 김치네, 영암댁, 염소할매, 열두가지 병, 한 사장…" 엄마가 들려주는 어르신들의 별명은 들을 때마다 웃음이 난다.
엄마의 별명은 '여왕벌'이다. 사람들을 모으고, 웃게 만드는 사람. 엄마의 일상은 그렇게,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다시 이어지고 있었다.
엄마가 다치신 이후, 나는 주말마다 친정에 간다. 이제는 그 시간이 삶의 일부가 되었다. 매일 퇴근길이면 엄마에게 전화를 한다.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내셨는지, 어디 불편한 곳은 없는지 묻는다. '괜찮다, 잘 지냈다'는 말을 들으면 그제야 내 마음도 조금 놓인다. 하지만 목소리에 힘이 없으실 때면 전화를 끊고 나서도 한동안 마음이 편치 않다.
몸이 유난히 무거운 날이면 잠시 망설이기도 한다.
'이번 주는 그냥 쉴까.'
하지만 그럴 때마다 창가에서 바깥을 내다보고 있을 엄마의 모습이 떠오른다. 차 소리 하나에도 고개를 들어 확인했을 엄마의 시간들. 그 생각이 들면, 결국 나는 다시 시동을 건다.
요즘 또래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비슷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부모의 병원, 약, 넘어짐, 혼자 계시는 것에 대한 걱정. 우리는 어느 순간, 자식이면서 동시에 부모의 보호자가 되어 있었다.
언니와 함께 친정에 간 지난 11일, 날씨가 좋아 외식을 하자고 했더니 엄마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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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을 종횡무진하던 엄마는 방에서 식탁까지 이동하는 것조차 힘겨운 사람이 되었고, 몇 걸음을 옮긴 뒤에는 한참이나 숨을 고르셔야 했다. 햇살 같던 엄마의 몸과 마음에 영영 봄이 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엄마는 멈추지 않았다.
"내가 이렇게 누워만 있으면 너희 걱정만 시키지."
거북이처럼 아주 천천히, 그러나 매일 한 걸음씩 엄마는 세상을 향해 다시 나아갔다. 처음에는 벽을 짚고 일어서는 것조차 버거워하셨지만, 엄마의 의지는 보행기 바퀴보다 더 단단하게 굴러갔다.

멈춰버린 시간, 다시 이어진 시간들
수년 전부터 집 앞 놀이터는 엄마의 '전부'가 되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오전이면 운동기구를 붙잡고 굳은 근육을 깨우며 놀이터를 열 바퀴씩 돈다. 처음에는 지팡이에 온몸을 의지했고, 요즘은 보행기를 밀면서 걷는다.
오후가 되면 그곳은 어르신들의 사랑방이 된다. 햇볕이 잘 드는 벤치 위에서 이야기가 오가고, 그 속에서 엄마는 다시 웃음을 되찾았다. "총알, 꼬부랑, 김치네, 영암댁, 염소할매, 열두가지 병, 한 사장…" 엄마가 들려주는 어르신들의 별명은 들을 때마다 웃음이 난다.
엄마의 별명은 '여왕벌'이다. 사람들을 모으고, 웃게 만드는 사람. 엄마의 일상은 그렇게,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다시 이어지고 있었다.
엄마가 다치신 이후, 나는 주말마다 친정에 간다. 이제는 그 시간이 삶의 일부가 되었다. 매일 퇴근길이면 엄마에게 전화를 한다.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내셨는지, 어디 불편한 곳은 없는지 묻는다. '괜찮다, 잘 지냈다'는 말을 들으면 그제야 내 마음도 조금 놓인다. 하지만 목소리에 힘이 없으실 때면 전화를 끊고 나서도 한동안 마음이 편치 않다.
몸이 유난히 무거운 날이면 잠시 망설이기도 한다.
'이번 주는 그냥 쉴까.'
하지만 그럴 때마다 창가에서 바깥을 내다보고 있을 엄마의 모습이 떠오른다. 차 소리 하나에도 고개를 들어 확인했을 엄마의 시간들. 그 생각이 들면, 결국 나는 다시 시동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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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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