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기사
김길리 올림픽 2관왕, 최민정은 통산 7메달... 한국 쇼트트랙 유종의 미

김길리(성남시청)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정상에 오르며 대회 2관왕을 달성했다.
김길리는 21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서 2분23초076을 기록,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최민정(성남시청)은 2분32초450으로 은메달을 차지했고, 코린 스토더드(미국)가 동메달을 따냈다.
이로써 김길리는 지난 19일 여자 3000m 계주 금메달에 이어 이번 대회 2관왕에 오르며,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 중 유일한 2관왕이 됐다.
같은 날 열린 남자 5000m 계주 결승에서는 황대헌, 임종언, 이준서, 이정민으로 구성된 한국 대표팀이 6분52초239를 기록, 네덜란드에 이어 두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은메달을 획득했다.
이로써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총 7개의 메달을 수확했다. 전날까지 남자 1000m 임종언의 동메달, 남자 1500m 황대헌의 은메달, 김길리의 여자 1000m 동메달, 여자 3000m 계주 금메달을 따냈다. 이어 이날 여자 1500m에서 김길리와 최민정이 각각 금·은메달을 추가했고, 남자 50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보태며 쇼트트랙 일정을 마무리했다.
김길리-최민정, 여자 1500m서 나란히 금·은 합작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은 지난 19일 여자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노 골드' 위기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개인전에서는 아직 금메달이 없었다. 역대 올림픽에서도 한국 쇼트트랙이 개인전 노 골드에 그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마지막 종목으로 남은 여자 1500m는 한국 쇼트트랙의 효자 종목이자 자존심이었다. 2002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6차례 올림픽에서 금 4개, 은 4개, 동 1개를 수확하며 강세를 이어왔다.
이날 1500m에는 최민정, 김길리, 노도희가 출전했다. 준준결승에서는 세 명 모두 무난히 통과했다. 준결승 1조에서는 김길리가 1위로 결승에 올랐지만, 함께 레이스를 펼친 노도희는 하너 데스먼의 스케이트 날에 걸려 넘어지는 불운 속에 탈락했다.
준결승 3조에서는 최민정이 초반부터 선두를 유지한 끝에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메달 후보로 꼽히던 코트니 사로(캐나다), 잔드라 벨제부르(네덜란드)가 준결승 2조에서 동반 탈락하는 이변도 있었다.
결승에는 최민정, 김길리를 비롯해 코린 스토더드(미국), 아리안나 시겔, 아리안나 폰타나(이상 이탈리아), 양징루(중국), 람칭얀(홍콩) 등 7명이 나섰다.
경기 초반 두 한국 선수는 중위권에서 탐색전을 펼쳤다. 스토더드, 시겔, 폰타나가 상위권을 형성했다. 7바퀴를 남기고 최민정이 스퍼트를 시작해 단숨에 2위까지 올라섰고, 5바퀴를 남긴 시점에는 김길리도 속도를 끌어올리며 3위로 도약했다.
3바퀴를 남기고 최민정이 선두, 김길리가 2위에 자리했다. 이후 두 선수의 맞대결 양상이 펼쳐졌다. 김길리는 2바퀴를 남기고 최민정을 추월해 선두를 꿰찼고, 두 선수는 3위권과 격차를 크게 벌리며 나란히 결승선을 통과했다.
김길리는 최민정, 심석희의 뒤를 이을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차세대 주자로 평가받아왔다. 2022-23시즌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그는 2023-24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에서 금 7개, 은 3개를 따내며 종합 우승을 차지했고, 2024 세계선수권 1500m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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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2026 [사진] 충남 서산 대산 산불 주불 진화 완료... 밤새 잔불 진화 작업

충남 서산시 대산에서 발생한 산불의 주불이 잡혔다. 21일 오후 1시 50분경 대산읍 대죽리 농가 창고에서 시작된 불이 강풍을 타고 인근 산으로 확산했다.
강풍특보가 발효된 서산시에는 바람이 거세면서 한때 산불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헬기와 소방 장비 등이 동원되면서 오후 7시 주불 진화가 완료됐다.
날이 저물면서 헬기가 철수하자 서산시와 산림청, 소방, 군부대, 의용소방대 등 인력 815명은 밤새 잔불 진화 작업에 나섰다.
특히 많은 불씨가 남아 있는 지역은 공중 진화대와 산불 특수진화대를 투입해 잔불 진화 작업에 나서면서 소방 당국과 산림청 등은 22일 새벽 5시까지 잔불을 정리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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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2026 6·3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 시작, 서산시 선거전 본격화

6·3 지방선거를 103일 앞두고 시·도의원 및 시장 선거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됐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시·도의회의원, 자치구·시 지역구 의회 의원 및 장의 선거 예비후보 등록은 선거기간 개시일 전 90일부터 시작된다. 이에 따라 6·3 지방선거는 이날부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 것이다.
다만 군 지역구 의회 의원과 군수 선거는 선거기간 개시일 전 60일인 다음 달 22일부터 예비후보 등록이 가능하다.
서산시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서산시는 시장과 시의원 14명(6개 지역구, 2명씩, 비례대표 2명), 도의원 3명(3개 지역구) 등 총 18명을 선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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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2026 '마법사 4인방'의 평가전 활약, kt가 웃는다
류지현호가 KBO리그 구단과의 첫 번째 평가전에서 아쉬운 역전패를 당했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20일 일본 오키나와의 오나손 아카마 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7이닝 평가전에서 3-4로 역전패를 당했다. 대표팀은 이날 30명의 엔트리 중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김혜성(LA 다저스)를 비롯한 해외파 7명과 22일 합류 예정인 라일리 오브라이언(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대체 선수 김택연(두산 베어스)을 제외한 22명으로 경기를 치렀다.
한국은 선발 소형준(kt 위즈)과 두 번째 투수 정우주(한화 이글스)가 각각 2이닝을 던졌고 노경은(SSG 랜더스),고영표,박영현(이상 kt)이 나란히 1이닝씩 던졌다. 3번 김도영(KIA 타이거즈)과 5번 구자욱(삼성)이 지명타자로 출전한 가운데 훈련 및 연습경기 파트너로 합류한 상무의 김호진이 3루 수비를 맡았다. 비록 대표팀은 패했지만 kt 소속 선수 4명은 나란히 좋은 활약을 선보이며 류지현 감독과 kt 팬들을 기쁘게 했다.
3경기 연속 홈런 터트린 'K-고릴라' 안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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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20일 일본 오키나와의 오나손 아카마 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7이닝 평가전에서 3-4로 역전패를 당했다. 대표팀은 이날 30명의 엔트리 중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김혜성(LA 다저스)를 비롯한 해외파 7명과 22일 합류 예정인 라일리 오브라이언(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대체 선수 김택연(두산 베어스)을 제외한 22명으로 경기를 치렀다.
한국은 선발 소형준(kt 위즈)과 두 번째 투수 정우주(한화 이글스)가 각각 2이닝을 던졌고 노경은(SSG 랜더스),고영표,박영현(이상 kt)이 나란히 1이닝씩 던졌다. 3번 김도영(KIA 타이거즈)과 5번 구자욱(삼성)이 지명타자로 출전한 가운데 훈련 및 연습경기 파트너로 합류한 상무의 김호진이 3루 수비를 맡았다. 비록 대표팀은 패했지만 kt 소속 선수 4명은 나란히 좋은 활약을 선보이며 류지현 감독과 kt 팬들을 기쁘게 했다.

3경기 연속 홈런 터트린 'K-고릴라' 안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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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2026 어느 정도 나를 포기해야 유지되는 '거래된 우정'

학교 현장에 사회 정서 교육이 본격화 된다는 소식이다. 이 교육 과정에서 다뤄지는 항목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우정, 협력, 나눔, 친절 등이다. <무지개 물고기>는 이 주제로, 아이가 단체 생활을 시작할 즈음 꺼내보는 동화책이다.
동화 속 무지개 물고기는 반짝이는 비늘을 하나씩 떼어줄 때마다 친구가 늘어난다. 처음에는 비늘을 나눠주지 않으려던 '욕심꾸러기' 무지개 물고기가 비늘을 다 내어준 뒤에야 공동체 친화형으로 변화한다. 우리는 이 그림책을 읽어주며 이런 메시지를 강조한다.
'그래, 네가 가진 걸 잘 나눠줘야 해. 그래야 어디 가서 미움 안 받지. 무지개 물고기 좀 봐. 다 나눠주니까 다들 얼마나 행복해하니? 너도 양보해야 착한 아이지.'
우리는 이를 '더불어 사는 법'이자 '인성 교육'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진정 그러한가? 이 글은 '나눔'이라는 미덕이 어떻게 조건부 사랑의 구조로 변질되는지 그리고 그것이 아이의 자율성과 정서 주권을 어떻게 침범하는지 비판적으로 따져보고자 한다. 여기서 말하는 '거래된 우정'이란, 존재 그 자체로 이어지는 관계가 아니다. 어느 정도 자기를 포기하고 뭔가를 교환하고 거래할 조건이 있어야 유지되는 관계를 말한다. 친구나 공동체에 소속하기 위해 정체성의 일부를 지불해야 하는 구조다.
존재 부정의 서사: 비늘은 '재산'이 아니라 '정체성'이다
물고기에게 비늘은 신체 일부다. 무지개 빛으로 반짝이는 비늘은 남과 다른 그만의 특징이자, '내가 나'라는 것을 증명한다. 고유한 정체성이다. 하지만 동화는 이 비늘을 하나씩 뜯어내어 다른 이들에게 나누라 한다. 아니 상납하게 한다. 자발인듯 강요된 나눔이다. 그 과정이 끝난 뒤에야 비로소 공동체는 그를 일원으로 받아들인다.
갈등은 무지개 물고기의 욕심, 거만함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나를 조각내어 넘겨야만 '관계'가 유지된다는 공동체의 압력에서 출발한다. 바닷속 공동체는 이 거래를 '나눔'이라 말한다. 선의로 나눔을 강조한다. 하지만 아이는 자신의 가장 빛나는 개성을 집단의 평화를 위해 바쳐야 한다. 이것을 선택하지 않으면 집단에서 배제되고, 따르지 않으면 고립되는 조건이 붙는다. 그때 그것은 더 이상 순수한 미덕이라 부르기 어렵다.
찝찝함의 정체: 내 몸 안의 감각을 부정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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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2026 버스비가 0원? 농어촌 지역에서 일어나는 무료 버스 혁명

이번 설 연휴에 고향까지 바로 가는 KTX가 개통했다는 소식을 듣고 자동차 대신 열차로 귀성길에 오른 A씨. KTX 역에 도착해 택시를 탈까, 오래간만에 '군내버스'를 탈까 고민하다가 군내버스를 타기로 결정한 A씨는 군내버스 안에서 깜짝 놀라고 말았다. 카드를 찍는 곳도, 돈을 낼 곳도 없었기 때문이다. 버스 기사는 "작년부터 버스를 무료로 탈 수 있게 되었다" 말했다.
이번 설 연휴, 고향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했던 분이 계신가요? 혹시 시내버스나 군내버스를 이용하셨다면 어떻게 요금을 지불하셨을까요? 교통카드가 잘 되었다고 하신 분들도 있을 테고, 아예 요금 받는 통조차도 없어서 놀랐다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군 지역 농어촌버스에서 요금을 받지 않는 사례가 부쩍 늘었습니다. 교통카드도, 현금도 필요 없이 몸만 오르면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시스템이죠. 2023년 경북 청송군을 시작으로 도입된 '농어촌버스 무료 요금제'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지역 주민은 물론 여행객도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무료로, 아무 제약 없이 버스를 탈 수 있는 것이죠.
벌써 17개 지자체가 이러한 제약 없는 무료 요금제를 도입했습니다. 특히 교통카드 시스템이 도입되지 않았던 지자체들에서는 교통카드 시스템 구축 예산과 유지비용을 고려하여 '무료 버스'로 선회한 경우가 많습니다. 군내버스, 어쩌다 무료로 운행하게 된 것일까요?
예산 많이 들 것 같다고요? 생각보다 그렇지 않습니다

농어촌 지역에서 대중교통을 무료로 운행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냉정하게 말해 '요금을 받으나 받지 않으나 큰 차이가 없어서'입니다. 농어촌버스를 운행하는 회사들이 고령화, 인구 감소 등으로 인해 실제로 흑자 운영이 어렵고, 이미 대부분의 운송 손실을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적자를 이유로 노선 운행 횟수를 줄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루에 열 번 버스가 오가던 곳에 일곱 번만 버스가 오고, 매일 버스가 들어가던 곳에 장날만 버스가 들어가는 식입니다. 그러면 '수요응답형 버스'나 '100원 택시' 등을 쓰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교통 취약계층은 정해진 일정을 소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버스의 경우 정해진 시간에 원하는 정류장에서 이용할 수 있고, 도착 예정 시간도 농어촌 교통 현실을 감안할 때 일정한 편에 속합니다. 하지만 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행하는 수요응답형 버스나 '100원 택시'는 내가 필요할 때 차량을 호출하더라도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령으로 인해 자가용 이용이 쉽지 않은 경우도 많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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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2026 아내가 30분 걸려 자른 머리, 눈물이 나도록 웃었다
사회 생활을 하던 시절, 나의 헤어스타일은 언제나 '규격'이 정해져 있었다. 앞머리를 짧게 세워 올린 리젠트 컷, 혹은 단정한 포마드 스타일. 그것은 선택이라기보다 일종의 유니폼이었다. 협업과 협의가 주업무였던 내 직업 특성상, 타인에게 신뢰감을 주는 '깔끔한 이미지'는 실력만큼이나 중요한 생존 전략이었다.
나의 신체적 특성인지, 아니면 사회적 스트레스가 머리카락으로 영양분을 보내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내 머리털은 남들보다 유독 빨리 자랐다. 한 달에 두 번은 반드시 미용실 의자에 앉아야 했다. 해가 갈수록 오르는 커트 비용에 저렴한 남성 전용 미용실을 찾아 전전하기도 했다.
남들이 보기엔 비슷비슷한 짧은 머리였지만, 나에게는 왁스로 만지는 미세한 각도 하나가 그날의 기분을 좌우하는 예민한 지표였다. 그 시절 미용실은 나를 정돈하고 사회적 전장으로 내보내는 '정비소'와 같았다.
2024년 5월, 20여 년의 직장 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은퇴를 감행하면서 나는 가장 먼저 머리카락에 대한 '방임'을 선언했다.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평생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장발'의 내 모습이 궁금했다. 사회적 시선이라는 가위질을 멈추면 내 머리카락은 어디까지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그렇게 시작된 방임은 어느덧 2년이라는 세월을 지나 어깨선에 닿았다.
머리카락을 기르기 전에는 몰랐던 것들
머리를 기르며 가장 먼저 깨달은 것은 내가 지독한 '곱슬머리'였다는 사실이다. 평생 짧게만 유지해온 탓에 내 모발의 본성을 마흔 중반이 되어서야 처음 대면한 것이다. 머리끝이 살짝 말려 올라가는 형태를 보며, 나는 그동안 내 본연의 모습을 얼마나 단단히 억누르며 살았는지 새삼 느꼈다.
머리카락이 길어지자 낯선 습관들이 몸에 배기 시작했다. 바람에 날리는 머릿결을 무심코 뒤로 넘기고, 눈 앞을 가리는 가닥을 귀 뒤로 꽂는 동작들. 거울 속에서 발견하는 나의 이런 행동들은 흡사 아내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처음엔 그런 내 모습이 쑥스럽기도 했지만,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손길을 막을 도리는 없었다.
백미는 머리를 감는 시간이다. 예전엔 1분이면 충분했던 샴푸 시간이 이제는 정성스러운 '손빨래' 공정으로 바뀌었다. 고개를 숙이고 축 늘어진 머리카락을 비비는 손길, 물기를 말리기 위해 수건으로 돌돌 말아 짜내는 감각, 드라이기로 말릴 때 엉킨 머리카락을 하나하나 정리하며 집중하는 나의 모습. 이 모든 과정이 생경하면서도 즐거웠다. 은퇴 전엔 미처 몰랐던, 내 몸을 돌보고 가꾸는 시간의 밀도를 비로소 체감하게 된 것이다.
해외 생활에서 장발은 경제적인 이점도 선사했다. 한 달에 두 번씩 지불하던 미용 비용이 제로에 수렴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수확은 아내의 웃음이었다. 해외라는 낯선 환경에서 긴장하며 살기 쉬운 우리에게, 나의 치렁치렁한 헤어스타일은 아내의 가장 확실한 '웃음 버튼'이 되어주었다.
해외살이에서 머리카락 고민은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 아내에게는 유전적으로 빨리 자라는 '새치'라는 숙제가 있었다. 한국에서는 주기적인 뿌리 염색으로 관리했지만, 언어가 통하지 않는 외국 미용실에서 민감한 헤어 시술을 맡기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던 중 북마케도니아의 오흐리드에 머물 때, 아내는 큰 용기를 냈다. 동네 골목에서 우연히 발견한 미용실 문을 두드린 것이다. 원장님은 영어를 전혀 못 하셨지만, 현장에 있던 젊은 직원과 마침 머리를 하던 프랑스 손님이 통역사로 등판했다.
세 나라의 언어가 오가는 시끌벅적한 소동 끝에 아내는 생애 첫 탈색과 염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한국의 3분의 1도 안 되는 비용에 원장님의 솜씨는 수준급이었다. 낯선 땅에서의 용기가 얻어낸 값진 전리품이었다.
하지만 크로아티아 자다르로 넘어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나의 머리카락은 이제 어깨 아래를 넘어 관리의 임계점에 도달했다. 아내처럼 용기를 내어 현지 미용실을 수소문했지만, 자다르의 물가는 녹록지 않았다. 한국 커트 비용의 3배에 달하는 견적을 확인하고 나니, '용기'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자본주의의 벽이 느껴졌다. 은퇴자에게 3배의 이발비는 사치였다.
설날 아침 개업한 베란다 미용실
내가 우울한 표정으로 거울 속의 장발남을 노려보고 있을 때, 아내가 지그시 웃으며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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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신체적 특성인지, 아니면 사회적 스트레스가 머리카락으로 영양분을 보내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내 머리털은 남들보다 유독 빨리 자랐다. 한 달에 두 번은 반드시 미용실 의자에 앉아야 했다. 해가 갈수록 오르는 커트 비용에 저렴한 남성 전용 미용실을 찾아 전전하기도 했다.
남들이 보기엔 비슷비슷한 짧은 머리였지만, 나에게는 왁스로 만지는 미세한 각도 하나가 그날의 기분을 좌우하는 예민한 지표였다. 그 시절 미용실은 나를 정돈하고 사회적 전장으로 내보내는 '정비소'와 같았다.
2024년 5월, 20여 년의 직장 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은퇴를 감행하면서 나는 가장 먼저 머리카락에 대한 '방임'을 선언했다.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평생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장발'의 내 모습이 궁금했다. 사회적 시선이라는 가위질을 멈추면 내 머리카락은 어디까지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그렇게 시작된 방임은 어느덧 2년이라는 세월을 지나 어깨선에 닿았다.
머리카락을 기르기 전에는 몰랐던 것들
머리를 기르며 가장 먼저 깨달은 것은 내가 지독한 '곱슬머리'였다는 사실이다. 평생 짧게만 유지해온 탓에 내 모발의 본성을 마흔 중반이 되어서야 처음 대면한 것이다. 머리끝이 살짝 말려 올라가는 형태를 보며, 나는 그동안 내 본연의 모습을 얼마나 단단히 억누르며 살았는지 새삼 느꼈다.
머리카락이 길어지자 낯선 습관들이 몸에 배기 시작했다. 바람에 날리는 머릿결을 무심코 뒤로 넘기고, 눈 앞을 가리는 가닥을 귀 뒤로 꽂는 동작들. 거울 속에서 발견하는 나의 이런 행동들은 흡사 아내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처음엔 그런 내 모습이 쑥스럽기도 했지만,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손길을 막을 도리는 없었다.
백미는 머리를 감는 시간이다. 예전엔 1분이면 충분했던 샴푸 시간이 이제는 정성스러운 '손빨래' 공정으로 바뀌었다. 고개를 숙이고 축 늘어진 머리카락을 비비는 손길, 물기를 말리기 위해 수건으로 돌돌 말아 짜내는 감각, 드라이기로 말릴 때 엉킨 머리카락을 하나하나 정리하며 집중하는 나의 모습. 이 모든 과정이 생경하면서도 즐거웠다. 은퇴 전엔 미처 몰랐던, 내 몸을 돌보고 가꾸는 시간의 밀도를 비로소 체감하게 된 것이다.
해외 생활에서 장발은 경제적인 이점도 선사했다. 한 달에 두 번씩 지불하던 미용 비용이 제로에 수렴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수확은 아내의 웃음이었다. 해외라는 낯선 환경에서 긴장하며 살기 쉬운 우리에게, 나의 치렁치렁한 헤어스타일은 아내의 가장 확실한 '웃음 버튼'이 되어주었다.
해외살이에서 머리카락 고민은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 아내에게는 유전적으로 빨리 자라는 '새치'라는 숙제가 있었다. 한국에서는 주기적인 뿌리 염색으로 관리했지만, 언어가 통하지 않는 외국 미용실에서 민감한 헤어 시술을 맡기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세 나라의 언어가 오가는 시끌벅적한 소동 끝에 아내는 생애 첫 탈색과 염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한국의 3분의 1도 안 되는 비용에 원장님의 솜씨는 수준급이었다. 낯선 땅에서의 용기가 얻어낸 값진 전리품이었다.
하지만 크로아티아 자다르로 넘어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나의 머리카락은 이제 어깨 아래를 넘어 관리의 임계점에 도달했다. 아내처럼 용기를 내어 현지 미용실을 수소문했지만, 자다르의 물가는 녹록지 않았다. 한국 커트 비용의 3배에 달하는 견적을 확인하고 나니, '용기'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자본주의의 벽이 느껴졌다. 은퇴자에게 3배의 이발비는 사치였다.
설날 아침 개업한 베란다 미용실
내가 우울한 표정으로 거울 속의 장발남을 노려보고 있을 때, 아내가 지그시 웃으며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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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2026 외숙모와 사랑에 빠져 아이까지 낳은 화가, 그가 남긴 그림

인류 역사에서 가장 대표적이고 해묵은 논쟁을 꼽으라고 하면, 인간 본성론이 단연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 서양에서는 일찍이 그리스 철학가 사이에서, 동양에서는 중국의 제자백가 사상가 사이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있었다. 인간이 자기 뿌리를 찾기 위한 논의이니 당연하기는 하다. 이익을 위해 타인에게 해를 입히기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는 성악설과 타인의 어려움에 연민을 느낀다는 성선설이 팽팽하게 부딪혔다.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논쟁 과정에서 인간이 본래 악하다는 견해가 늘 왕좌를 차지했다.
프랑스 화가 테오도르 제리코(1793~1824)의 <도벽 환자>는 악한 인간의 한 사례를 보여준다. 제리코는 흔히 낭만주의 회화의 창시자로 불린다. 그의 몇몇 작품에서 낭만주의 회화의 특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들라크루아 등 당대 유럽을 대표하는 낭만주의 화가들이 그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 도벽 환자를 묘사한 그림에서 무슨 낭만주의적 요소를 발견할 수 있겠는가 싶을 것이다.
우리가 통념상 생각하는 '낭만적'이라는 말의 의미와 예술에서 나타나는 낭만주의 경향은 의미가 약간 다르다. 어떤 사람이나 행위를 가리킬 때 낭만적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데, 이때는 주로 감미롭고 감상적인 분위기를 뜻한다. 연인 관계에서 부드러운 감수성을 풍기는 사람이 주로 이런 소리를 듣는다.
미술로 악한 감정을 드러내다
낭만주의 예술 경향도 합리적인 이성보다는 감성과 상상력을 중시한다는 점에서는 기본적으로 같은 맥락 위에 있다. 사랑하는 순간의 설렘이라든가 일상에서의 잔잔한 행복 느낌이 포함되기는 한다. 하지만 제리코는 부드러운 감정보다는 사회적으로 악하다고 여기는 격한 감정의 폭발을 주로 다루었다. 질투·배신·절망을 비롯하여 위험 앞에서의 공포 등 특정한 상황에서 예술가 개인의 꿈틀거리는 감정을 극대화한 표현이 자주 등장했다. 대부분 피하고자 하는, 지극히 부정적이거나 악한 감정을 드러내는 데도 주저하지 않았다.
이 그림에서는 광기에 사로잡힌 부정적인 감정의 하나로 병적인 도벽에 빠진 사람의 표정을 담았다. 상상해서 그린 작품이 아니다. 지인인 의사의 도움을 받아 다양한 광증 환자를 직접 접하며 그렸는데 그중 하나다.
도벽 환자가 살아온 삶의 양태가 표정을 통해 드러난다. 제목이 아니어도 한눈에 껄끄럽고 불쾌해 보인다. 정직함과는 거리가 멀다. 상대를 경계하듯 삐딱하고 불량한 자세다. 비웃음이 흘러나올 듯 살짝 일그러진 얼굴이다. 호의적이지 않은 표정과 함께 뚫어지게 노려보는 눈초리도 건전해 보이지 않는다. 불량하고 광기에 어린 눈빛을 발사한다. 입은 삐뚤어졌고 머리칼도 빗질은 해본 적이 없을 듯 헝클어져 있어서 정돈되지 않은 마음 상태를 보여준다.
도벽은 습관이 되어 훔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병적 상태다. 흔히 나이가 들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한다. 얼굴에 그 사람의 성향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도벽을 갖고 살았다면 그 흔적이 표정이나 자세에 담기기 마련이다. 제리코는 도벽 환자가 가진 음산하고 기분 나쁜 느낌을 초상화로 제대로 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낭만주의의 문을 연 화가로서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도둑질은 남에게 해를 끼쳐서라도 자기의 배타적 이익을 얻고자 하는 악한 행위다. 악한 심성이 인간에게 본래 갖춰져 있다는 견해에 의하면 특정 개인만이 아니라 인간에게 공통적인 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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