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빠졌다. 무엇에? 골프도 아니고, 영화도 아니고, 아내인 나는 더더욱 아니고... 바로 '알O'에. 

이 업체는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극강의 가성비를 자랑한다. 한때 사랑했던 인터넷 쇼핑도 나이가 들어 귀찮아서 안 했더니, 한동안 우리 집에는 택배가 올 일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요즘은 하루가 멀다 하고 현관 앞에 택배가 쌓여있다. 더군다나 그 택배들은 머나먼 나라, 중국에서 날아온 것이다. 

어떤 날은 핸드폰 케이스, 또 어떤 날은 제빵 도구, 허리벨트, 충전기, 차량용품... 별별 물건들이 매일같이 오는데, 처음엔 그러다 말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택배 오는 날의 빈도와 양이 점점 늘어나는 것이 아닌가. 심지어 아이들까지, '아빠 알O 중독 아니야?'라고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매일 밤 남편은 침대에 누워 알O 사이트에 들어가 아이쇼핑을 즐긴다. 그러다 다짜고짜 내게 '이거 필요 없냐'라고 묻는다. 나는 심드렁하게 필요 없다고 하는데, 그는 "아냐, 사놓으면 필요할 거야"라며 내가 말릴 새도 없이 구매 버튼을 눌러버린다. 그리고는 꼭 이 말을 덧붙인다.

"에이, 그래봤자 n천 원인데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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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외출할 때 날씨를 거의 확인하지 않았다. 창문을 보고 비가 오는지 정도만 확인했으니까. 그런데 아들이 태어난 이후부터는 모든 게 달라졌다.

집안에서 놀기도 하지만, 아들이 활동적인 것을 좋아해 거의 매일 데리고 나가려고 노력했다. 밖에서 놀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날씨다. 그러므로 습관처럼 자기 전에 다음날 날씨를 확인하고, 일어나서 또 확인했다.

마치 회사에서 중요한 외부 행사를 진행해야 하는 담당자의 마음이랄까. '회장님' 의전하듯 아이를 키운다는 육아 선배들의 말이 서서히 이해되기 시작했다.

날씨에 좌우되는 육아 질
 
3월 17일 일요일, 우리나라에서 올해 첫 황사가 관측됐다. 3월 중순과는 다르게 기온이 높아지면서 어김없이 황사가 찾아온 것이다. 기온이 높아지면 미세먼지가 심해진다는 공식이 올해도 들어맞는 모습을 보며 뭘 하고 놀면 좋을지 고민이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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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약사입니다. 저희 어머님은 평생 멀미로 고생하시고 긴 여행을 못가십니다. 그 이유는 오늘의 주제 멀미 때문입니다. 

멀미는 대체 무엇일까요? 여러분 중에도 낚시하러 가서바다의 파도에 구토했던 경험, 또는 긴 여행 후 차에서 내리자마자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것을 경험해 본 적이 있나요? 이 모든 것이 멀미의 일환입니다. 멀미란 차, 배, 비행기 등을 이용하면서 몸이 흔들릴 때 어지러움, 메스꺼움, 구토,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멀미의 원인은 매우 다양합니다. 주요 원인은 우리의 감각 기관들 사이의 정보 불일치 때문입니다. 우리의 눈, 내이(귀 안쪽), 심지어 피부와 근육에서 오는 감각 정보가 모두 우리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뇌에 전달합니다. 

이 정보들이 서로 일치하지 않을 때, 뇌는 혼란을 느끼고 우리는 멀미를 경험합니다. 예를 들어, 차 안에서 책을 읽는 동안 우리의 눈은 움직이지 않는 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우리의 내이(균형을 담당하는 귀의 안쪽 부분)는 차의 움직임을 감지합니다. 이 두 정보가 뇌에서 충돌하며, 뇌는 "우린 지금 무슨 상황인가요?"라고 혼란스러워하며 멀미로 반응하는 것이죠. 간단히 말해, 이처럼 멀미는 눈, 귀, 근육을 통해 우리의 뇌가 받아들이는 운동 정보가 서로 일치하지 않을 때 발생합니다. 특히, 가속도 방향 전환에서 자주 발생하는 이 현상은 차, 배, 비행기 여행 중 흔히 발생합니다.

심지어 가상 현실 기기를 사용할 때도 멀미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뇌가 가상의 움직임과 실제 신체의 정지 상태 사이의 괴리를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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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과 대학원에서 유아교육학을 전공했다. 결혼 결심과 함께 호수공원이 드넓게 자리한 일산에서 아이를 키우겠다는 의지가 발동하여 일찌감치 일산에 자리 잡았고, 지금까지 일산의 삶을 즐기고 있다. 

그러나 일산에는 호수공원만 있는 게 아니었다. 신도시답게 학령기 자녀를 둔 가정이 많고 학원과 학원키즈들로 넘쳐났다. 이곳에서 이웃들의 우려와 의심의 눈총 세례를 받는 와중에서도 고집스럽게 학원 교육을 최소화 하며 두 아이를 키웠다.

큰 아이가 과학영재학교에 입학하자 나의 양육방식에 대한 주변의 우려와 의심은 차츰 호기심으로 바뀌었고, 지역 사회에서 홈코칭 세미나를 시작으로 부모교육 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학부모와 상담할 기회가 많은데 학부모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면 자녀의 나약함을 걱정하는 부모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기성세대의 젊은 세대에 대한 이 같은 진단과 불만은, 비단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과거에서부터 줄곧 있어 왔다.

그렇다고 이들의 견해가 무조건 옳다고 볼 순 없다. 시대적 변화가 반드시 고려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모들의 염려와 질책을 간과할 수도 없는 것이, 전혀 근거 없는 우려라고만 볼 수 없는 데다 나약함이 미래세대에 긍정적으로 작동할 리 없어서다.

이란을 대표하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영화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는 대지진의 폐허 속에서도 복구 작업을 하며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백하게 그려내고 있다. 지진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상실의 아픔 속에서도 이어지는 삶을 진지하게 살아내는 모습은, 이 영화에 대단한 극적 장치가 없음에도 잔잔한 감동과 여운을 남긴다.

다소 놀라운 점은 영화 속 인물들이 하나같이 공동체에 닥친 재앙을 그저 담담하게, 어떠한 원망이나 불평 없이 마치 숙명인 양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가족과 친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조차 신의 섭리로 순전히 받아들이며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오롯이 살아가는 이란의 아이들. 

이들의 태도가 낯설게 느껴지면서도 자신을 덮친 재앙과도 같은 사건에, 저주의 딱지를 붙여놓고 원망과 불평에 자기를 가둔 채 아무것도 하려고 들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든다. 왜 더 많은 행운을 누리며 사는 우리 아이들은 이렇게 단단하지 못할까?

요즘 아이들의 나약함은 여러 양상으로 나타난다. 흔한 예로는, 등교 거부까지는 아니지만 등교하지 않을 이유를 찾는데 열심인 아이들이 많다는 것을 들 수 있다. 그들이 찾아내는 이유는 주로 건강상의 문제인 경우가 많고 가벼운 감기 증상이나 근육통, 생리통 혹은 피곤함 정도를 호소한다.

아침에 아이가 갑자기 이 같은 건강상의 문제를 들어 등교하지 않겠다고 했을 때 강압적인 부모가 아니라면 난감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아이가 정신력이 약하느니 도무지 근성이 없다느니 걱정만 늘어놓아 봐야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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春宵一刻直千金(춘소일각직천금)
봄밤의 일각은 천금의 가치로다.


중국 시인 소동파의 春夜(봄밤)이란 시의 첫 구절에 쓰인 말이다. ​​​같은 봄이라도 남쪽 땅을 먼저 밟는 봄의 향기를 맡고 싶어서 작년에는 광양의 매화마을, 올해는 구례산수화마을에 갔었다. 새학기가 시작되기 전, 잠시라도 부지런하게 생동하는 봄의 기운과 향기를 체득하고 나면 분명 올해도 건강하게, 잘 살아질 거다라는 자기암시였다.
 
어디를 가든지 손에 시집 한 권과 그 지역의 인물 역사 관련 이야기 책 하나 들고 출발하면 그 어떤 간식도 필요없을 만큼의 달콤한 시간, 말 그대로 소확행이다. '일상에서 벗어나라'고 늘 생각하지만 어디 그게 쉬운 일이던가. 그래서 책을 통해, 사람을 통해서 여행을 하면서 때론 예기치 않은 놀라운 발견을 하기도 한다.
며칠 전 작년 책방 행사에서 처음 만났던 <꽃도 서성일 시간이 필요하다>의 저자 안준철 시인의 특별한 초대를 받았다. '한 권의 시집을 완독하는 줌 완독회'라는 주제를 가진 자리였다. 암기해서 발표하는 시낭송의 개념이 아니고 친구들과 고요한 수다떨듯, 좋아하는 시 한 편 골라서 읽어보는 낭독이라는 말에 이내 신청했다.

코로나 이후, 사람들의 의사소통 수단 중 ZOOM(줌)은 매우 유용한 소통도구였다. 학생들의 수업을 진행하기도 하고, 지인들과 온라인 만남을 하는 등, 그 어두운 코로나 시기에 빛처럼 밝은 길을 보여주었다. 그 후로 다양한 SNS소통도구들이 나와서 잠시 트렌드(유행)를 따라가느라 줌보다는 다른 앱을 사용했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소통앱이다.
 
'2024줌 완독회'의 포스터를 보니 12권의 시집과 시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지나가버린 1월 김영춘 시인의 <다정한 것에 대하여>와 2월 김이듬 시인의 <투명한 것과 없는 것>에 대한 완독회를 미리 알지 못함은 매우 아쉬웠다. 안 시인의 초대를 받아서 이제라도 이런 행사를 알게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이던지.

처음 참여한 사람을 위해 진행 과정을 설명한 이종민 교수를 비롯하여 30여 명의 낭독참여자를 모니터 화면으로 만났다. 그중에는 이미 유명한 시인들도 있었고, 전문 시 낭송가부터 나 같은 왕초보 낭독입문자까지 있었다. 무엇보다 낭독 후 그들의 말을 통해 문학(시)에 대한 깊은 소양과 애정을 가진 사람들임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3월의 책, 안준철 시인의 <나무에 기대다>(2021 푸른사상사)는 70편의 시로 구성된 시집이다. 총 4부로 나뉘어져 있으며, 시인이 경험한 일상의 사계절을 편안하게 담소 나누는 듯한 시어들로 독자에게 전해준다. 줌에 참여한 독자들은 좋아하는 시 2편 이상을 낭독했는데 처음 참여한 나는 시인께서 추천해준 시 <수레국화 물수레국화>를 낭독했다. 무대에 선다거나 하는 일에 익숙치 않은 나로서는 줌 낭독이야말로 참 편안하고 즐거운 무대였다.
 
원래 예상했던 시간은 약 3시간이어서 처음엔 의아했다, 도대체 어떻게 진행되길래 시집 한 권 읽는 시간이 이렇게도 길까. 독자가 한 편의 시를 읽고, 소감이나 질문을 하면 시인이 그에 대한 대답을 들려주는 형식이었다. 만약에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작가와의 만남이라면 분명 장시간의 진행에 지쳐하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다행히도 각자의 편안한 장소에서 얘기를 주고 받는 실시간 온라인 만남이어서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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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저녁, 아이랑 싸웠다. 내 성질만큼 뱉지 못했다. 쏟지 못한 분노로 수영장 20바퀴를 돌았다. 마음이 힘들면 몸을 조지라는 말은 진리였다.

수요일 아침, 아이가 학교를 안 가겠단다. 학교가 힘들다고 한 지 10개월 째다.

"그래서 너 전학 보내준다고. 가기 전까지 너도 노력하는 성의는 있어야지. 니 귀에 대고 갑자기 소리 지른 애한테 넌 더 크게 질러버려. 만만하게 볼 여지를 주지 마."

아이는 제가 이 모양이라 미안하다고 했다. 그 소리 듣자고 하는 말 아니라고, 노력해보겠다는 다짐을 하라며 식탁 위 아이 문제집을 탕탕 내리쳤다. 아이가 어깨를 움찔거리며 눈물이 터지고서야 나는 정신이 들었다.

속시끄러운 침묵이 잠깐 흘렀다. 내가 더 미안하다며 아이를 안았다. 아이는 나를 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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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3인 둘째는 꿈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한다. 군인이 되고 싶다고 했다가 고양이 행동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가 건축가가 되고 싶다고 한다. 꿈은 자주도 바뀌고, 곧 정해야 하는 일인양 꽤나 진지하기까지 하다.

첫째도 몇 년 전에는 미래에 무엇이 될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나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지만 또 한 편으로는 엄마가 원하는 직업은 어깃장 놓는 식으로 피하고자 하는 느낌도 있었다. 사춘기가 된 요즘은 어디서 들은 것은 있어서 건물주가 되고 싶다느니, 편의점 알바를 하고 싶다느니 이런 소리로 내 속을 뒤집어 놓곤 한다.

학교에서 학기 초가 되면 갱지로 된 인적사항 조사지가 온다. 아이에 대한 인적사항을 쓰면서 꼭 빼놓지 않고 있는 것이 장래희망이다. 아직도 이런 것을 묻나 싶을 정도로 구시대적인 질문 같은 인상을 받지만 첫째 때도, 터울이 꽤 있는 둘째 때도 어김없이 항목에 들어있다.

살짝 웃긴 점은 학생이 원하는 직업을 적는 난이 있고, 학부모가 원하는 직업을 적는 난이 따로 있다. 1980년대 스멜이 난다. 나는 형식적으로나마 현재 아이가 되고 싶어 하는 직업을 쓰고, 아래 학부모가 원하는 직업란에는 '아이가 원하는 직업'이라고 작성한다. 그냥 묻는 가벼운 조사에 내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일 수 있지만 난 그런 항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몇 년 전, 우리 동네에 이효리가 왔다. 집에서 밥해주는 프로그램이었다. 회사에서 이효리 보려고 서둘러 와서 집에서 기다리고 있었지만 실패. 나중에 TV를 통해 보는데 한 아이와 몇 마디 말을 나누던 메인 진행자가 그 아이에게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덕담을 하니, 대뜸 이효리가 "뭘 훌륭한 사람이 돼? 하고 싶은 대로 그냥 아무나 돼!"라고 하는 것이다. '아무나' 되란다. 난 그 말을 듣는데 뭔가 울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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