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과 대학원에서 유아교육학을 전공했다. 결혼 결심과 함께 호수공원이 드넓게 자리한 일산에서 아이를 키우겠다는 의지가 발동하여 일찌감치 일산에 자리 잡았고, 지금까지 일산의 삶을 즐기고 있다. 

그러나 일산에는 호수공원만 있는 게 아니었다. 신도시답게 학령기 자녀를 둔 가정이 많고 학원과 학원키즈들로 넘쳐났다. 이곳에서 이웃들의 우려와 의심의 눈총 세례를 받는 와중에서도 고집스럽게 학원 교육을 최소화 하며 두 아이를 키웠다.

큰 아이가 과학영재학교에 입학하자 나의 양육방식에 대한 주변의 우려와 의심은 차츰 호기심으로 바뀌었고, 지역 사회에서 홈코칭 세미나를 시작으로 부모교육 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학부모와 상담할 기회가 많은데 학부모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면 자녀의 나약함을 걱정하는 부모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기성세대의 젊은 세대에 대한 이 같은 진단과 불만은, 비단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과거에서부터 줄곧 있어 왔다.

그렇다고 이들의 견해가 무조건 옳다고 볼 순 없다. 시대적 변화가 반드시 고려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모들의 염려와 질책을 간과할 수도 없는 것이, 전혀 근거 없는 우려라고만 볼 수 없는 데다 나약함이 미래세대에 긍정적으로 작동할 리 없어서다.

이란을 대표하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영화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는 대지진의 폐허 속에서도 복구 작업을 하며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백하게 그려내고 있다. 지진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상실의 아픔 속에서도 이어지는 삶을 진지하게 살아내는 모습은, 이 영화에 대단한 극적 장치가 없음에도 잔잔한 감동과 여운을 남긴다.

다소 놀라운 점은 영화 속 인물들이 하나같이 공동체에 닥친 재앙을 그저 담담하게, 어떠한 원망이나 불평 없이 마치 숙명인 양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가족과 친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조차 신의 섭리로 순전히 받아들이며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오롯이 살아가는 이란의 아이들. 

이들의 태도가 낯설게 느껴지면서도 자신을 덮친 재앙과도 같은 사건에, 저주의 딱지를 붙여놓고 원망과 불평에 자기를 가둔 채 아무것도 하려고 들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든다. 왜 더 많은 행운을 누리며 사는 우리 아이들은 이렇게 단단하지 못할까?

요즘 아이들의 나약함은 여러 양상으로 나타난다. 흔한 예로는, 등교 거부까지는 아니지만 등교하지 않을 이유를 찾는데 열심인 아이들이 많다는 것을 들 수 있다. 그들이 찾아내는 이유는 주로 건강상의 문제인 경우가 많고 가벼운 감기 증상이나 근육통, 생리통 혹은 피곤함 정도를 호소한다.

아침에 아이가 갑자기 이 같은 건강상의 문제를 들어 등교하지 않겠다고 했을 때 강압적인 부모가 아니라면 난감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아이가 정신력이 약하느니 도무지 근성이 없다느니 걱정만 늘어놓아 봐야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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