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다. 3월이다. 기다림은 끝이 났고, 벽체와 천장을 받치고 있던 기둥들도 전부 치워졌다. 그리고 그사이 나는, 가장 피하고 싶었던 '변덕이 죽 끓듯' 하는 진상 건축주가 되어버렸다.

"(현장)소장님, 천장을 어떻게 할 건지 언제까지 결정해요? 제게 욕심내지 말라고 해 주십쇼."
"욕심내지 마세요!"


집을 지으면서 가장 지키고 싶었던 원칙이라면, 도면에서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 것이었다. 바꾼다는 것은, 미리 잡아놓은 계획을 뒤집어야 한다는 것이고, 그건 그만큼 비용이 증가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게다가 이미 예상했던 예산을 꽉 채운 상황이라, 설계 변경은 나에게도 시공팀에게도 힘든 상황이다. 결심은 굳건했다. 그래서 설계에만 8개월 가까운 시간을 썼던 것이고, 화장실 수전과 벽지 색까지 정한 후 공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요즘은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흔들린다. 수많은 질문이 반복되던 3월, 숨어있던 '진상'이 나타났다.

골조가 끝나고 양생을 위한 기다림이 끝난 후, 현장은 분주해졌다. 때마침 따스해진 햇살과 함께 여러 개의 작업이 한꺼번에 진행되고 있었다. 창호를 끼우는 동안, 외벽엔 한 겹의 단열재가 더 덮였다. 물이 조금이라도 쌓일 수 있는 곳엔 몇 번이나 방수가 진행되었고, 내부에선 보일러의 배관을 설치한 후 바닥 미장이 마무리되고 있었다. 곧바로 내부 벽체를 정리하는 석고보드 작업이 이어졌고, 외벽에 대한 마무리도 진행 중이었다.

단열재로 한참 뚱뚱해진 벽체엔 메쉬(Mesh)를 붙인 후 내외장 마감재인 스타코를 덮어 외벽을 완성했고, 방수가 몇 겹이나 씌워진 지붕은 심혈을 기울여서 선정한 민트색 아연도금 강판이 씌워지길 기다리고 있었다. 이렇게 수많은 공정의 담당자로 꽉 채워진 현장은 봄답게 생기 있고 화려했다.

딱 한 사람, 변덕을 부리느라 정신이 없는 건축주, 나를 빼면.

예상 못했던 '천장 대란'
 
실은 처음부터 욕심이었을지도 모른다. 철근 콘크리트를 선택했으면서 경사지붕을 고집한 것부터가 말이다. 하지만, 집을 집으로 보이게 하려면 지붕을 포기할 수 없었고, 이것은 기본인 평지붕에서 꽤나 큰 비용을 추가해야 하는 선택이었다.

포기하지 못한 나의 고집은 한겨울에 목수분들을 고생시켰지만, 한 달의 기다림이 끝나자 깜짝 놀랄 만큼 멋진 공간을 눈앞에 데려다 놓았다. 아니나 다를까, 굳건했던 결심은 흔들렸고, 마음은 하루에도 몇 번씩 끓어 넘치고 있었다.

당초 설계는 아파트 천장처럼 2.4미터 높이의 평면으로 마무리하는 것이었다. 비용이 더 들지도 않았고, 살기에도 편하겠다고 생각했다. 아빠의 고향 집도 평천장이었고, 익숙한 아파트의 공간도 다르지 않으니 괜찮겠다 싶었다. 하지만 역시 옛말은 틀리지 않는다.

견물생심, 눈에 보이는 순간 게임은 끝났다. 멋지고 시원하게 한껏 높아진 경사 천장은 매력적이었다.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거야말로, 천장 대란이다.

"(현장) 소장님, 1층은 그냥 살리고, 2층은 원래대로 평천장으로 막을 게요!"
"소장님, 안 되겠어요. 조금만 더 고민해 볼게요."
"소장님, 아니에요. 원래대로 할게요. 돈이 없어요."
"소장님, 다시 바꿀게요. 1층은 경사면을 살리고, 2층은 조금만 더 고민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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