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길을 망설인다

따사한 봄이 왔는가 했는데 여름 날처럼 덥다. 계절을 가늠할 수 없는 날씨지만 친구들과 나서는 자전거 길은 언제나 상쾌해서 좋다. 봄철 들판은 푸르고 신선하며, 꽃이 핀 산천은 눈을 황홀케 한다. 자전거를 타러 가야 하는 아침인데 오늘따라 생각이 많다. 조금 서늘할까도 걱정되고, 너무 더울까도 의심된다. 물과 먹을 것을 챙겨야 할까, 안면 보호를 해야 할까 등 걱정이 많다. 하지 않던 걱정이 발길을 망설이게 하는데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하긴, 그냥 나서야지. 혼잣말로 해보는 늙어감의 소리였다. 하루에 100km도 거뜬하지 않았던가? 자전거로 부산에 나타난 아빠를 보고 딸아이는 소리를 질렀다. 이토록 무모하게 자전거를 타느냐고. 아침 자전거길에 생각이 많아짐은 왜 그럴까?

갑자기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떠올라서다. 포항부터 통일전망대까지 자전거길을 나섰다. 무모한듯한 도전이었지만 도전 후의 통쾌함이란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다. 

자전거길에 만난 사람은 부산에서 통일전망대를 향해 걷고 있었다. 특별한 이유 없이 걸어보고 싶어 걷는 중이란다. 한 번은 도전해 봐야지 했던 사람이다. 세월이 흘러갔고, 몸도 세월을 피할 수 없었다. 통일전망대를 향한 발걸음은 주춤거렸고, 이제는 생각만 하는 몸이 되었다. 부산까지 자전거길은 추억이 되었고, 도전할 수 없는 사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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