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대화'. 

이 제목을 들으면 당신은 무엇이 떠오르는가. 왜 어둠 속에서 대화하지? 상대방의 얼굴을 모르면 속 깊은 이야기를 꺼낼 수 있어서? 누구인지를 모르니 나이를 따질 것도 없고 다시 볼 사이도 아니니 거짓말을 해도 될 것 같기도 하다. 

딸아이와 북촌 여행을 계획했는데 많은 전시 중 유독 이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전혀 프로그램을 전혀 알지 못했고,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스포일러 당하면 재미없을 테니 후기도 읽지 않았다. 미리 인터파크 전시 예매 사이트에서 티켓을 구매했다. 

겨울방학이 끝나고 새 학기가 시작하기 전 북촌 한옥마을 숙박의 특별한 여행을 구상 중이었는데 '어둠 속의 대화'라는, 몰라서 더 궁금하고 호기심이 생기는 일정을 집어넣으니 딸도 나도 신이 났다(24.2.28.-지금도 전시 진행 중이다, 전시 사이트: http://www.dialogueinthedark.co.kr/). 

내부로 들어가자 정말 한치의 빛도 보이지 않고 까맸다. 암흑세상이라는 말이 딱 정답이다. 빛 한줄기가 뭐야, 먹물을 눈에 뿌려놓은 듯한 검을 흑의 어둠이었다.

이윽고 우리 손에는 지팡이가 놓였다. 산악용은 아닌 시각장애인이 들고 다니는 막대 말이다. 그렇게 10명 정도의 일행이 손으로 벽을 더듬으며 앞사람의 어깨를 잡고 바닥은 지팡이로 툭툭 두들겨가며 마치 바로 앞에 낭떠러지가 있는 거처럼 한 걸음 한 걸음 신중을 기하며 걸어갔다. 

그리고 그 맨 앞에는 우리의 생명줄 안내자 선생님이 방향을 알려주었다. 로드 마스터! 중여서 '로마'님이라고 부르기로 우리는 약속했다. 

"앞으로 세 걸음 가시면 기둥이 잡힐 거예요. 거기서 잠시 멈춰서 기다려 주세요. 다른 분들 도와드리고 오겠습니다."

그 어둠 속에서도 세세하게 길을 안내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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