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을 맞아 딸아이와 타카하타 이사오 전시회를 다녀왔다. 타카하타 이사오는 우리에게 익숙한 <알프스 소녀 하이디>, <엄마 찾아 삼만리>, <빨간머리 앤> 등을 그린 작가로 유명하다. 그중 주근깨 투성이에 상상력과 감수성이 풍부한 빨간머리앤을 좋아한다. 팬으로서 기대감과 설렘을 안고 입구에 들어섰다.
 
입구에는 타카하타 이사오 전시회를 알리는 대형 포스터와 그의 작품들과 함께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었다. 어린이날을 맞아 인파에 차례를 기다리다 딸아이와 기념사진을 찍고 부푼 마음으로 전시장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에 맨 처음 보여진 것은 만화가 아닌 작가가 직접 손글씨로 쓴 오래된 원고지들이 전시 되어 있었다. 일본어로 되어 있어 아쉽게도 뜻은 알지 못했지만, 손글씨로 빼곡히 쓴 많은 원고지에서 말하지 않아도 듣지 않아도 오랜 작가의 고민과 노고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전시는 그의 유명 작품 만화를 전시하는데 그치지 않았다. 작품들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이나 애니매이션을 만들기 전 글이나 그림 등을 정리해보고 배치해보는 레이아웃 시스템을 처음으로 도입하게 된 이야기 등 유익한 노트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노트들이 작가의 작품들을 면밀히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빨간머리 앤> 작품이 기대만큼 많이 전시되어 있지는 않아 아쉬웠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많이 본 것은 만화가 아닌 작가의 원고와 노트였다. 그중 놀라웠고 존경스러웠던 것은 앤이라는 한 인물의 성장 과정을 만들기 위해 각각의 사건이 몇 살 몇 달 무렵에 일어난 일인지 한눈에 알 수 있도록 자세히 정리한 일이었다. 일상생활을 축으로 성장해 가는 주인공과 함께 드라마를 그리기 위해서는 이런 설정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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